고이케 도쿄지사, 5년 연속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 거부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4일 1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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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지사가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5년 연속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간토대지진 후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준비하는 실행위원회는 최근 고이케 지사 측에 추도문을 보내도록 요청했지만 ‘보내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실행위원회는 전날 도쿄도에 항의 성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추도식은 1974년 시작돼 매년 역대 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는 “도위령협회가 하는 대법회에서 모든 지진 재해 희생자를 추도하고 있다”며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개별 형태의 추도문 송부는 삼가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취임 이듬해인 2017년부터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미야카와 야스히코(宮川泰彦, 80) 실행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도쿄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족적인 차별 의식 등으로 학살당한 사람은 자연재해 희생자와 하나로 묶지 말아야 한다”며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라고 촉구했다.

실행위원회의 항의성명을 받은 도쿄도 담당자는 “고이케 지사에게 신속하게 전하겠지만, 도의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추도식은 오는 1일 오전 11시 도쿄 스미다(墨田)구 요코아미초(?網町) 공원에서 개최된다.

한편 간토대지진은 1923년 도쿄를 포함한 혼슈(本州) 동부 지방을 강타한 최대규모 7.9의 대지진으로, 약 10만 5000명의 희생자를 냈다.

당시 대지진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가운데 “재일조선인(또는 중국인)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일본 민간인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6000여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이후 50여년 만인 1973년 요코아미초공원에 학살된 조선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비가 세워졌고, 이후 매년 9월 이곳에서 일조협회 등 시민단체 주최로 조선인 추도식이 개최되고 있다.

한편 고이케 지사는 평화헌법 개정을 주창하는 ‘개헌파’로,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다. 그는 과거에 일본의 대표 극우단체인 ‘일본회의’의 국회의원 간담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혐한단체인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관련 활동을 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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