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도쿄도 의회 선거서 과반 실패…스가 재선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5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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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패하면서 자민당 총재이자 총리인 스가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4일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전체 127석 중 33석을 차지해 제1당을 탈환했다. 직전 2017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1당으로 등극했던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차지해 제2당으로 내려앉았다. 연립 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은 후보 전원이 당선되면서 23석을 차지했다. 이어 공산당 19석, 입헌민주당 15석, 일본유신회 1석 등이다.

겉보기에는 ‘자민당 승리, 도민퍼스트회 패배’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은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초창기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은 50석 정도를 얻고 도민퍼트스회 의석은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됐다. 자민당은 연립 여당 파트너인 공명당과 합쳐 최소 과반수 의석(64석)을 확보한다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56석 확보에 그쳐 목표 달성에 크게 못미쳤다.

요미우리신문은 5일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이대로 간다면 중의원 선거는 위험하다”는 자민당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에선 위기감이 강해지고, 스가 총리의 지도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의 패배는 선거 일주일을 남겨놓고 여론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TBS는 분석했다. 도쿄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연일 악화됐고, 스가 정권의 ‘관중 있는 올림픽’ 결정에도 반대 바람이 거셌다. 백신 공급물량이 부족해 최근 도쿄 내 기초지자체를 포함해 접종을 일시 중지한 지자체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선거 직전에 도쿄의 유권자들이 자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도민퍼스트회 특별고문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움직임도 자민당에게 일격을 가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달 22일 과로로 입원해 선거운동에 거리를 두다가 투표 전날인 3일 현장을 방문해 도민퍼스트회 후보들을 격려했다. 과로로 입원한 고이케 지사에게 동정표가 모이면서 도민퍼스트회는 예상보다 크게 선전했다. 자민당 내에선 “고이케 씨 1명에게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치권의 시선은 9월 전후로 예상되는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로 쏠리고 있다. 스가 총리는 ‘도쿄도 의회 선거 승리→올림픽 성공 개최→중의원 선거 승리→총리 재선’ 시나리오를 그려왔는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자민당은 앞서 4월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3개 선거구 모두에서 패한 데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패해 충격이 더 크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는 자민당의 고참 의원의 발언을 전하면서 “총선 실시에 앞서 총리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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