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대선 개입’ 기밀문서 폭로한 여성 석방

이은택기자 입력 2021-06-15 13:27수정 2021-06-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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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내용의 기밀문서를 폭로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투옥됐던 미국 방산업체 직원이 가석방됐다. 외신은 미국에서 기밀누설 혐의로 가장 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라고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당시 미국 정부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14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2018년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었던 리얼리티 위너가 이날 출소했다. 미국 공군 언어분석관으로 일했던 그는 제대 후 ‘플로리버스 인터내셔널’이란 방산업체에서 근무했다. 이 업체는 NSA의 계약업체였고, 위너는 기밀취급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그는 해당 기밀문서의 내용을 알게 된 뒤 이를 복사해 자신의 스타킹 속에 숨겨서 나왔고 언론에 전달했다.

위너의 변호인 앨리슨 그린터 앨슨은 이날 “위너는 모범수로 가석방됐고 주거지 재진입 프로그램에 들어갔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남은 형기는 집에서 복역하게 됐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꼽힌다. 이 사안은 폭로할 당시 26살이었던 위너는 트럼프 행정부가 방첩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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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는 기소된 뒤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다. 당시 그는 “이 문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료를 봤을 때 도대체 왜 이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이 발표한 문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군 정보기관은 2016년 미 대선 투표일 전까지 투표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한 곳 이상을 해킹해 100여 곳의 지방선거 시스템을 뚫으려 했다. 미국 탐사보도매체 ‘더인터셉트’는 위너에게 기밀문서를 전달 받아 2017년 6월 보도했고, 미 법무부는 보도 1시간 만에 위너를 체포했다.

기밀유출 범죄의 경우 보통 폭로부터 범인 검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위너의 경우 이례적으로 체포가 신속히 이뤄졌다고 당시 언론은 전했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민감한 사안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고 가혹하게 처벌하기 위해 일부러 엄격한 법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기밀유출죄 대신 1917년 제정된 방첩법을 적용한 것. 위너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된 뒤 벳시 리드 인터셉트 편집장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방첩법 기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급격히 증가했고, 트럼프의 법무부에서 남용되기 시작했다. 언젠간 역사의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너의 변호인들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위너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기 위해 수 천 통의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위너에 대한 판결을 ‘매우 불공평하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사면은 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의 명백한 양면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WP, 뉴욕타임스, CNN 등 언론인들의 통화내역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법무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위너의 석방이 이뤄진 점을 주목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에서 연방 비밀유출혐의로 처벌된 사례 중 가장 긴 형량을 선고받았던 사람이 위너”라고 전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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