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희소병”…멀쩡한 입양딸 강제수술한 美엄마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5월 31일 21시 30분


입양한 딸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소피 하트먼.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 제공
입양한 딸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소피 하트먼.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 제공
입양한 딸에게 500회 이상의 불필요한 진료와 수술을 받도록 강요한 30대 여성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30일(현지시각) 폭스뉴스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주 렌튼에 사는 소피 하트먼(31)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입양한 딸 A 양(6)에 대한 아동 의료학대와 가정폭력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킹 카운티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하트먼은 딸 A 양이 유년기 반신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희소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 양이 2살이던 2016년 무렵부터 474건 이상의 진료 예약을 잡았다.

또한, 하트먼은 딸에게 식이장애 환자를 위한 튜브 삽입 수술을 받게 할 뿐만 아니라 다리 보호대를 착용시켜 휠체어를 사용하게 했다. 의사들이 “이렇게까지는 할 필요 없다”며 극구 말렸지만 하트먼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소피 하트먼이 입양한 딸.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 제공
소피 하트먼이 입양한 딸.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 제공

하트먼의 만행은 올해 초 시애틀 어린이병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병원의 아동보호팀 의료전문가 4명은 “불필요한 치료와 수술로 A 양이 쇠약해졌다”며 “하트먼의 행위는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규정했다.

지난 3월 당국은 하트먼에게서 A 양을 분리 조치했다. 16일 동안 관찰한 결과 A 양은 튜브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었고 배변 활동에도 문제가 없었으며, 보호대나 휠체어 없이도 걷고 뛸 수 있는 건강한 아이임이 확인됐다.

킹 카운티 검찰청 대변인은 “의료진이 A 양을 검사한 결과 희귀 신경계 질환과 관련한 유전자 변형을 밝혀내지 못했다”며 “엄마인 하트먼 주장 외에 A 양이 희소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지금껏 A 양을 진료한 의사들도 하트먼의 이야기만 듣고 진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입양한 딸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소피 하트먼.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 제공
입양한 딸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소피 하트먼.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 제공

하트먼 측은 아동 의료학대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트먼의 변호인단은 “시애틀 어린이병원은 A 양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며 “해당 질환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아주 많다”고 주장했다.

앞서 하트먼은 2018~2019년 두 해에 걸쳐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세계적인 복지기관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재단으로부터 혜택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언제든지 마비될 수 있는 질환을 앓고 있다”며 대중의 관심을 호소했다.

수사관들은 하트먼을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로 보고 있다. 이 병은 타인의 동정이나 관심을 얻기 위해 치료 중인 사람의 질병을 과장하고 조작하는 정신장애다. 실제로 경찰이 공개한 하트먼의 일기에는 자신을 ‘고통에 관해선 강박적인 거짓말쟁이이자 과장쟁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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