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함, 훈련중인 中항모전단 한가운데로 치고 들어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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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랴오닝함 전단 6척 항해중 美 구축함 1척, 中항모 추격전
노골적 中자극하며 무력시위
전문가들 “美 ‘전투력 과시’ 작전… 中 호위함들의 명백한 임무 실패”

26일 중국 인민해방군 항공모함인 랴오닝함(①)을 비롯한 항모 전단이 필리핀해에서 동중국해로 들어서는 관문인 미야코해협으로 향하고 있다. 난창함(②)이 선두에서 전단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해군 알리버크급 구축함(③)이 중국 항모 전단 사이로 끼어들어 항해하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잡혔다.
미국 해군 구축함 한 대가 대만 인근 필리핀해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항공모함 랴오닝함 전단(戰團) 사이를 파고들어 항해하는 모습의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미군 구축함은 랴오닝함을 비롯해 전체 6척으로 구성된 전단의 진용을 깨뜨리듯 끼어들어 항해하고 있다. 미중 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벌이고 있는 치열한 패권 경쟁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해군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군사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도발’이라고 했다. 미 해군이 대만 인근 해역과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군을 향해 위력을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 같은 신경전이 우발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롄허보, 핑궈일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세계 곳곳에서 군함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트위터 계정 OSINT-1은 미 구축함이 랴오닝함 전단 사이에 있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26일 촬영된 이 사진에는 미군의 알리버크급 구축함 한 척이 6척으로 구성된 중국 항모 전단의 사이를 파고든 뒤 항해하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대만 동부 해안에서 200여 km 떨어진 필리핀해 해역에서다.

미군 구축함은 랴오닝함 전단 뒤쪽에서 항해하는 보급함 후룬후함과 호위함 황강함 사이를 자르듯 끼어든 모습이다. OSINT-1은 랴오닝함이 미야코 해협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섬 사이에 있는 이 해협은 필리핀해에서 동중국해로 가는 관문으로 랴오닝함은 이 일대에서 종종 훈련을 해왔다.

랴오닝함 전단을 뚫고 들어간 미 해군 구축함이 정확히 어떤 함정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 언론 밍보는 최근 남중국해에서 랴오닝함을 지켜봤던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머스틴함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 해군은 앞서 11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남중국해에 있던 USS머스틴함 선상에서 지휘관 2명이 랴오닝함을 응시하는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사진 속 지휘관 중 1명은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뻗어 난간에 올린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미 해군은 “랴오닝함을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대만군 한 장교는 미 해군 구축함의 이 같은 항해를 두고 핑궈일보에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군에 전투력을 과시하기 위한 전문가의 작전”이라고 했다. 마카오의 한 군사 전문가도 “미국 군함이 랴오닝함 항모 전단 사이로 뛰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라며 “중국 호위함들의 명백한 임무 실패”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한 군사 전문가는 “미군의 행동은 도발적이다”라며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미국#중국#구축함#항공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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