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일부를 시장에 매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평소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띄우기에 나서더니 정작 가격이 오르니까 차익 실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황급히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테슬라는 26일(현지 시간)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4억38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기간 중 비트코인을 팔아 총 1억100만 달러(1123억 원)의 수익 증대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투자 수익이 회사의 운영비용을 그만큼 절감시켰다고 실적보고서에도 기재했다.
머스크는 올해 초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상화폐 옹호론을 설파하는 등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가 갑자기 비트코인 매각 사실을 공개하고 나서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테슬라가 실적 개선을 위해 비트코인을 이용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일론 머스크미국의 스포츠 및 대중문화 매체 바스툴스포츠의 데이비드 포트노이 대표는 “지금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산 뒤 가격을 올리더니 다시 팔아 재산을 챙겼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 트윗에 답글을 달아 “그렇지 않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입증하기 위해 보유 지분의 10%를 팔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회사의 투자와 CEO 개인의 투자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비판은 식지 않았다. 온라인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비트코인 아카이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투자자는 머스크를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에 빗대며 “일론, 너도냐”라고 비난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테슬라는 충분한 현금이 있는데 왜 비트코인을 팔았을까”,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부풀리면서 스스로 이득을 봤다”는 글들이 끊이지 않았다.
투자정보매체 더스트리트는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매각하는) 회사의 결정에 대해 머스크와 테슬라를 비판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초기 투자에 대해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고 이를 다른 곳에 투자하려는 것은 기업의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라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25일 개당 5만 달러 이하로 내려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27일 0시(미 동부시간) 기준 5만3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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