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명 넘게 2번째 접종 안해
접종률 50% 넘어 간절함 줄고 얀센 등 혈전 부작용 우려도 겹쳐
이달초 하루 400만회분 최고점
현재는 300만회분 안팎으로 줄어… 보건당국, 연일 빠른 접종 독려
성인 인구의 54%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 고지’가 한층 가까워진 미국이 최근 고민에 빠졌다. 백신 공급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줄기 시작하면서 집단면역 목표 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를 인용해 5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접종 권장일까지 두 번째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1회 접종자의 8%에 해당하는 수치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한 차례 접종만으로는 기대한 면역 효과를 이룰 수 없어 3, 4주 간격으로 두 번째 접종을 해야 한다. CDC 조사 결과 3월 7일 이전까지 모더나 백신 1회 차를, 3월 14일 전까지 화이자 백신 1회 차를 각각 접종한 사람 중 500만 명 이상이 4월 9일 현재 2회 차 접종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두 번째 접종을 미루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꼽히고 있다. 1차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면역력이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2차 접종 기피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백신 접종자 수는 고점을 찍고 점점 감소하고 있다. CDC의 통계를 보면 하루 접종자 수는 지난해 12월 중순 첫 접종이 시작된 이후 계속 증가하다 이달 초 하루 400만 회분까지 접종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300만 회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누적 접종자 증가 추세도 둔화되고 있다. 백신 접종 시작 후 4개월이 지날 때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접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미 방역당국이 우려하는 것이다. 보건 분야 비영리단체인 카이저가족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수주 안에 미국의 백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접종 열기에 ‘티핑 포인트’(변곡점)가 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인 접종률이 50%를 넘어서면서 백신에 대한 수요나 간절함이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원래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인구가 적지 않은 데다 최근 얀센 백신의 혈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겹친 것도 접종 규모 감소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는 생체실험 등의 악몽으로 역사적으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큰 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저학력 백인 노동자 등이 주요 백신 기피층으로 분류된다.
NBC방송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중 12%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 7%는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면 맞겠다’고 답했다. ‘부작용 등 문제가 있는지 지켜보고 하겠다’며 접종을 머뭇거리는 응답자도 15%가 있었다.
6월 안에 성인의 70%까지 접종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는 미 보건당국은 일일 접종률이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걱정이 커졌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연일 언론 등을 통해 국민들의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장은 25일 NBC방송에서 얀센 백신의 혈전 부작용에 대해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백신 접종의 이익이 그 위험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사람들의 ‘백신 망설임’ 현상을 지적하면서 “결국에는 우리가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현상과 싸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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