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녀 거짓말이 ‘佛교사 참수’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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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결석에 수업서 배제된 여중생 “이슬람 만평 수업 항의하다 쫓겨나”
모로코 출신 아버지, SNS에 올려… 무슬림 극단주의자 테러로 이어져
여중생 “아버지에 혼날까봐 거짓말”

무슬림 난민 청년에게 참수 테러를 당한 프랑스 역사교사 사뮈엘 파티 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10월 17일 그가 근무하던 파리 북부 콩플랑생토노린의 부아돈 중학교 앞에 꽃을 놓고 촛불을 켜며 애도했다. 콩플랑생토노린=AP 뉴시스
무슬림 난민 청년에게 참수 테러를 당한 프랑스 역사교사 사뮈엘 파티 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10월 17일 그가 근무하던 파리 북부 콩플랑생토노린의 부아돈 중학교 앞에 꽃을 놓고 촛불을 켜며 애도했다. 콩플랑생토노린=AP 뉴시스
지난해 10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던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이 13세 소녀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최근 경찰 당국은 당시 사건의 발단이 된 A 양(13)이 “학교 수업을 여러 번 빼먹은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켜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다”고 한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해당 진술이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발생한 교사 참수 테러의 시발점이 됐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16일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km 떨어진 콩플랑생트오노린의 부아돈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 씨(당시 47세)가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됐다.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체첸계 무슬림 난민 청년 압둘라흐 안조로프(19)였다. 파티 씨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이 실린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토론 수업에 활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파티 씨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표적이 된 이유는 A 양의 아버지 브라힘 크니나 씨(48)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용 때문이었다. A 양은 지난해 10월 6일 모로코 출신인 아버지에게 “학교에서 파티 선생님이 이슬람 풍자 만평을 보여주려 해서 항의했다. 그러자 수업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딸의 이야기를 듣고 격분한 아버지는 파티 씨의 이름, 학교 주소와 교사에 대한 비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은 각종 무슬림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공유되며 확산됐고, 이 글을 본 안조로프가 테러를 감행했다.

그러나 딸이 아버지에게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조사 당국은 “파티 씨는 수업 전 미리 만평 내용을 공지하고, 거부감이 큰 무슬림 학생은 눈을 감거나 나가도 된다고 권유하는 등 사전 조치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A 양은 당시 잦은 결석으로 학교로부터 ‘수업 배제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징계 때문에 파티 씨의 수업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잦은 결석으로 수업 배제 징계를 받은 ‘진짜 이유’를 말하면 혼날까 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에도 침묵하던 A 양은 다른 학생들이 파티 씨가 무슬림 학생들을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서야 뒤늦게 사실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의 심리 분석 결과 A 양은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여동생 때문에 열등감이 컸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애정 결핍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은 조사 당국과 법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당시의 일을 정말 후회한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佛교사 참수#13세소녀#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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