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줄 섰다”…‘물과 차이 없다’ 조롱 듣던 러시아 백신의 반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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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러시아 백신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줄을 섰다. 립서비스가 아니고 ‘팩트’다.”

9일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국영방송 채널1에 출연해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부족한 가운데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찾는 국가들이 늘어나자 러시아의 자부심이 커지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자카로바 대변인은 이날 50개국과 스푸트니크V 공급을 협의 중이라며 “우리 스스로 러시아 백신의 우위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계가) 러시아 백신을 얻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가 유럽연합(EU)이다. 2일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의 징역형을 계기로 EU와 러시아는 상대 측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관계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EU 내 백신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앞 다퉈 스푸트니크V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29일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한 백신 등록 신청서가 접수돼 조만간 EU에 러시아 백신이 공급될 전망이다.

180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참여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도 공급 백신 목록에 스푸트니크V를 포함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협상 중이다. 이미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23곳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물과 차이가 없다’는 조롱을 듣던 러시아 백신이 반년 만에 인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스푸트니크V는 2일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따르면 임상3상 결과에서 91.6%의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층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60세 이상에게도 91.8%의 예방률을 보이면서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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