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셧다운 하루전 부양책 서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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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 미지급 위험 점점 커지자 공화의원들까지 서명 촉구 나서
“대선 결과 도둑 맞았는데 안싸워”
펜스 부통령 등 공화당에 불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9000억 달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포함한 총 2조3000억 달러(약 2520조 원)의 2021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에 서명했다. 의회가 21일 예산안을 통과시킨 지 6일 만이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개인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예산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모두 국민이 환영할 소식이라며 반겼다.

앞서 양당은 미국인 1인당 일회성 재난지원금 600달러를 지급하고, 실업수당 지급 기간을 11주 연장하는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곧바로 서명하는 관례를 깨고 재난지원금을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올리자며 서명을 줄곧 미뤘다. 그의 거부로 26일부터 실업수당이 끊기고 28일인 연방정부 예산 고갈 시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연방정부 일시정지(셧다운) 우려가 높아졌다.

이 와중에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서명을 촉구한 것이 뒤늦은 서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팻 투미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혼란, 고통, 변덕스러운 행동의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의 방역 대책을 줄곧 비판해 온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역시 “상하원에서 경기부양책을 논의할 때는 왜 현금 지급액을 늘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공화당이 자신의 대선 불복 주장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그는 26일 트위터에 “일부 공화당원이 대선 결과를 도둑맞았는데도 그냥 지나가기를 원하며 싸우지 않는다”고 썼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또한 자신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측 관계는 내년 1월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일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체 100석 중 각각 50석, 48석을 얻었다. 2석 모두 과반 득표자를 내지 못한 조지아에서는 주 법에 따라 결선투표를 치르며 공화당은 2석 중 1석만 얻어도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은 물론이고 선거 전날인 내년 1월 4일 조지아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선다. 공화당이 1석 이상을 얻으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2024년 대선에 재도전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2석 모두 패하면 대선에 이어 상원까지 넘겨줬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종엽 기자
#트럼프#경기부양책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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