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확진자 100만명 육박…“방역 심각한 결함”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21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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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추적 실패·이주 노동자 정보도 구멍
사회노동당 '방역 강화' vs 보수당 '경제 살리기'
정당 간 방역 갈등 지속…국민 신뢰 떨어뜨려

스페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에 육박했다. 성급한 이동금지령 해제와 지역별로 분권화된 방역 체계가 문제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스페인 보건부는 20일(현지시간) 약 1만4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추가로 확인되며 누적 확진자 수는 98만8322명이 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확산세를 고려하면 누적 확진자 수는 21일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초다.

보건 전문가들은 증상이 있는데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무증상 등으로 인해 공식 집계에서 제외된 사례를 감안하면 누적 확진자가 이미 100만명을 초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시간 국제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는 스페인의 누적 확진자를 102만9668명으로 집계했다.

AP통신은 지난 3월 가장 강력한 이동금지령을 내린 스페인이 결국 2차 확산을 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스페인의 방역 시스템과 정부 정책의 심각한 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2차 확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 6월 초 기업과 지방 정부의 압력이 이어지자 충분한 검토를 마치지 않은 채 이동금지령을 해제한 게 원인이 됐다고 일부 보건 관계자들은 꼬집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추적 시스템의 결여, 여름철 과일 수확을 위해 입국한 이주 노동자들의 이동 경로 확보 실패, 또 국가 비상사태 해제 이후로 시작된 시민들의 자유 여행 등도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분권화된 방역 시스템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했다.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지방 분권 시스템이 가장 잘 자리잡힌 나라다. 지난 6월 이동금지령이 해제된 후 전국 17개의 지방정부는 각각 지역 상황에 적용 가능한 방역 대책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별 갈등이 불거졌다. 사회노동당 대표이자 현 총리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방역에, 보수 국민당(PP)은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며 갈등은 고조됐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집중된 마드리드의 경우 제재 강화를 놓고 산체스 총리와 보수 국민당(PP) 소속인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마드리드 주지사가 수 주간 논쟁을 이어갔다. 마드리드 주지사가 “도시를 다시 봉쇄한다면 경제가 무너진다”며 저항하자 산체스 총리는 결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동금지령을 내리며 강력한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스페인 로비라 비르질리 대학의 알렉스 아레나스 공중보건학 전문가는 “마드리드의 상황에서 보듯 정치적 양극화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정당 사이의 싸움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해야 할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은 결국 방역 조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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