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사흘만에 퇴원하고, 퇴원 이틀만에 집무실 복귀
고령·과체중 등 고위험군…빠른 퇴원 일반적이지 않아
"산소 치료, 투여 약물 등 고려할 때 폐렴·중증 추정"
"렘데시비르·덱사메타손·항체치료제 공격적 투여 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가지 약을 함께 투여하는 공격적인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폐렴 증상을 나타냈고 중증 상태에 가까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사흘 만에 퇴원하고 퇴원 이틀 만에 집무실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발병 초기 일반인들은 받기 힘든 공격적인 치료를 통해 상태가 빠르게 호전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8일 외신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치료 과정에서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리제네론이 개발 중인 항체 칵테일 치료제(REGN-COV2) 등 3가지 약을 투여받았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치료제로 사용되던 항바이러스제다.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치료 기간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렘데시비르를 발병 초기에 투여하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덱사메타손 역시 기존에 관절염 염증 치료 등의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던 스테로이드 제재다. 코로나19로 폐렴 등 염증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덱사메타손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36%, 일반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17% 가량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강력한 스테로이드 제재인 만큼 부작용 위험도 커 일반적으로 중증 환자들에게만 사용되고 있다.
리제제네론의 항체치료제는 단일클론항체 2개를 조합한 약물로 현재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항체만을 뽑아내 실험실에서 증폭시킨 약품이다. 환자에게 항체를 투여해 바이러스가 세포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리제네론의 연구에 의하면 항체가 없는 초기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산소 포화도가 정상 범위보다 떨어져 산소 치료를 2차례 받았다. 또 면역력을 높여주는 아연과 비타민D와 같은 보조제도 복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공개된 치료 과정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폐렴 증상을 보였고 중증 이상의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은 주로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품이고 아직 사용 허가도 나오지 않은 항체치료제까지 투여했기 때문이다.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보다 떨어져 두차례나 산소 치료를 시행했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발생 3~4일 후 폐렴으로 많이 바뀌는 특징이 있다. 입원한날 이미 열이 있었기 때문에 폐렴이 있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약물을 모두 투여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을 쓸 정도면 2주 정도는 입원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산소증으로 산소 투여를 할 정도라면 경증은 아니고 중증이었음이 틀림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입원 사흘 만에 퇴원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4세의 고령에 과체중에 속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코로나19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도 70대의 치명률은 7%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공격적인 치료법을 시행해 퇴원 시기를 앞당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위험군에 속하긴 하지만 기저질환이 없었고, 초기에 강력한 치료를 했기 때문에 호전된 것 같다”며 “이 정도의 약물을 초기에 투여한다면 많은 환자들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천 교수는 “ 앞으로도 관찰이 필요하다”며 “무리하면 상태가 확 나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서둘러 퇴원한 것 같다”며 “하지만 여전히 지켜봐야 하는 상태로 보여지고, 백악관에서 동일한 수준의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렘데시비르는 5일간 주사로 투여하고, 덱사메타손은 먹는 약으로 열흘치를 투여하기 때문에 퇴원해도 투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항체치료제는 8g을 투여한 것으로 일단락이 된 것 같다”며 “산소 투여 정도의 치료는 백악관에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 이후 24시간 넘게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 숀 콘리 박사는 7일 메모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흘 이상 열이 나지 않았다”면서 “지난 5일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산소 공급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콘리 박사는 또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에 채취한 혈액에서 검출 가능한 정도의 코로나19 항체(SARS-CoV-2-IgG)가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채취한 혈액에선 검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퇴원한데 이어 7일에는 백악관 집무실로 복귀해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멕시코만으로 북상 중인 허리케인 ‘델타’와 코로나19 관련 핀셋 부양책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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