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웜비어 사건”…北 만행에 국제사회도 격앙[김정안 기자의 우아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5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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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국 CNN방송이 북한에 억류된 뒤 혼수상태에 빠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석방 소식을 보도했다. (사진=CNN)© News1
13일 미국 CNN방송이 북한에 억류된 뒤 혼수상태에 빠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석방 소식을 보도했다. (사진=CNN)© News1
“한국판 웜비어 사건이다.”

북한이 지난 22일 바다에서 우리 국민을 심문하고 총살한 이번 ‘만행’에 대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격앙된 분위깁니다. 특히 지난 2017년 북한에 갔다 구금된 뒤 고문 받다 혼수상태로 돌아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상기하며 ‘한국판 웜비어’라 부르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미 국무부도 이번 사태에 대한 본보 질의에 “동맹국인 한국의 규탄과 해명 요구를 전적지지 한다”는 신속한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표했다지만 논란을 더 키우는 격이 됐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상당합니다. 우리 정부는 희생된 우리 국민이 월북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밝혔지만 북한의 주장은 다릅니다. “정체불명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며 10여발 사격을 해 총살했다 밝혔습니다. 경악할만한 시신 훼손 부분 또한 정보자산 등을 통해 더 면밀히 분석해 진실을 밝혀야할 사안입니다. 북한이 ‘놀라 엎드려 있던’, 비무장한 우리 국민에 10여발의 사격을 가해 사살한 뒤 시신 수색 및 인도 조치 노력조차 하지 않았음도 북측 통지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제법은 과도하고 균형에 맞지 않은(extreme and disproportionate) 위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시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뜨겁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24일(미국 현지시간) 시드니서 활동 중인 호주 대법관 출신의 마이크 커비 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 경위 등에 대한 유엔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 확신 한다 힘주어 말하더구요. 커비 전 위원장은 2014년 발표된 유엔북한인권보고서를 주도한 인물로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 권고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대화 요약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나?

“극심하고 균형에 맞지 않은 북한의 대응은 심각한 인권유린이자 유엔 ‘세계인권선언’ 위배 행위다.”

―미 국무부에서도 규탄 입장이 나왔다. 유엔 차원에서는?

“유엔 차원에서 북한으로부터 그 경위를 듣고자 할 수 있을 것이고 인권특별보고관이 조사에 나설 것이라 확신한다. 북한에 의해 고문 희생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나 이번 한국 공무원의 죽음 모두 같은 맥락의 심각한 북한 인권 유린 사례다.”

-2014년 유엔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반인륜적 범죄를 나열했는데….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특파원(북한학 박사과정 수료)
김정안 동아일보·채널A 워싱턴특파원(북한학 박사과정 수료)

“북한에서 혼수상태로 돌아와 결국 숨진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나 이번 한국인 공무원의 죽음 모두 유엔인권보고서라는 큰 그림 속에서 언급된 북한의 반인륜적 인권유린과 무관치 않다. 그 비극적 퍼즐들과 같다. 북한은 이번에도 한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를 정면 무시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규탄 성명을 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위원장은 전화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인권유린이자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P)’ 등에 정면 위배되는 냉혹한 범죄”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10일 최소 2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미 당국이 예상하고 있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언급했습니다.

“동원되는 이들 간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 착용도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는 감행하면서, (한국 측 설명대로라면) 비무장 공무원을 코로나19방역을 이유로 총살하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그 이중적인 행보에 경악을 금지 못한다…”

격앙된 목소리였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나 논란 해소 없이 한국 정부가 대북 유화기조를 유지하려한다면 결국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졌습니다.

‘인권 없는 한반도 평화는 무의미하며 존재할 수도 없다….’

미국과 국제사회 인권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포인트입니다.

▶ “北 피격, 한국판 웜비어 사건”…美 국무부 “한국 규탄 지지”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221134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북한학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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