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미 의약품 수출 중단 검토…美병원 모두 문 닫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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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10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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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자국 생산 의약품의 대미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항생제를 비롯해 의약품 상당수를 중국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SCMP는 이날 복수의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미국이 틱톡과 화웨이 등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금융 디커플링 위협이 커지자, 중국 공산당의 정치 자문기구인 정협이 ‘미국의 의약품 접근 차단’ 카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이 제재가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미국 제약회사들의 탈중국 행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의약품 카드는 지난달 말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 겸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의약품 수출 중단으로 맞서야 한다”고 발언한 데서 시작됐다.

실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항생제의 약 40%(클로람페니콜 90%, 테트라시클린 93%, 페니실린 52%)가 중국산이었다. 특히 이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선 핵심 주제로까지 부상한 상황이다.

미국 제약 기업들이 연구시설은 미국에 유지하고 있지만, 일반 의약품 대량 제조는 수익성이 낮아 1990년대 오프쇼링(해외업무위탁)으로 대거 돌렸기 때문이다.

페니실린 제조업체가 2004년 미국 공장 문을 닫은 이후, 항생제 주요 성분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유명한 장웨이웨이(張維爲) 푸단대 중국연구원장은 올초 연설에서 “일부 기초의약품 공급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미국의 취약점이고, 중국엔 유리하다”면서 “미국의 모든 병원은 중국 의약품 공급 없이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전 세계 의약품 생산는 사실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료의약품(API) 생산국인데, API는 완제의약품 제조 전 단계에 사용되는 핵심 약효 성분으로, API 없이는 완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일반 의약품의 40%를 공급한다고 밝힌 인도 역시 API의 75%는 중국 수입산이다.

특히 중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항생제는 미국에서 아예 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국무원의 외교자문역 스인홍(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만약 중국이 미국에 의약품 수출을 보류하는 핵포탄급 옵션을 택한다면 미국이 단기적으로 의약품 제조를 본국으로 돌리거나 대체 물자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이들은 미국 고객을 잃으면 ”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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