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확산 와중에도… “학교선 기미가요 꼭 불러라” 강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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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도 도쿄도 교육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 초 각급 학교 졸업식 때 ‘기미가요’(君が代·일본 국가) 제창을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지난 2월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전국 초중고교 휴교령’을 내린 뒤 ‘코로나19의 비말(침방울) 감염 방지를 위해 졸업식 때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냐’는 도내 학교들의 문의가 쇄도하자 “현장의 판단에 맡기되, 도립(都立)학교에선 국가제창 방침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도쿄신문이 입수한 도내 공립학교의 일장기 게양 및 기미가요 제창 여부에 관한 ‘실시상황 보고서’에도 올 3월 한 달 간 졸업식을 개최한 중·고등학교와 특별지원학교 등 도립학교 253곳 모두가 졸업식 때 ‘국가를 제창했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었다. 도쿄도내 공립학교들은 매년 이 같은 보고서를 도 교육위에 제출해야 한다.

한 도립학교 교장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졸업식 때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도 생각했으나 공문이 왔기 때문에 국가(기미가요)만 불렀다”며 “교가 등 다른 노래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쿄도에선 올 3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본격화돼 4월4일 처음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자리를 기록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4월7일 도쿄도를 비롯한 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주민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불필요한 외출 등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했던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도쿄도 교육위 관계자는 “3월엔 감염 상황이 현재만큼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적절히 실시한다’는 차원에서 (기미가요 제창을) 지시했던 것”이라며 “(행사) 시간도 단축하고 참가자 수도 제한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14일로 추정되는 코로나19의 잠복기와 무증상 감염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위 측의 인식이 안이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3월 당시엔 마스크 품귀현상까지 발생했었으나, 졸업식 참석자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는 따로 파악된 게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니가타(新潟)대의 요토리야마 요스케(世取山洋介) 준교수(부교수)는 그간 기미가요 제창 때 일어서지 않은 교직원들이 도쿄도 교육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점 등을 들어 “(감염 위험 때문에라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게 합리적인데도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돼 있다”며 “교육현장의 사고 정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국가로서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기미가요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폐지됐었지만 1999년 다시 일본 국가로 ‘부활’했다.

도쿄도 교육위는 이후 2003년 10월 각급 학교에 ‘졸업식 등 행사 때 기미가요 제창과 교직원 기립을 의무화하도록’ 통지했고, 이를 거부한 교직원 200여명을 징계하는 가 하면 일부 교사의 재고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교직원들은 교육위의 이 같은 처사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에 해당)은 2011년 5월 ‘기미가요 제창시 기립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NHK 집계에 따르면 도쿄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9일 오후 8시30분 현재 9411명, 사망자는 326명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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