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볼 테면 봐라”, 대놓고 대만에 무기 팔며 中 팽창 막는 美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입력 2020-07-12 08:23수정 2020-07-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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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카드로 중국의 군사 야욕 견제…대만군 전력 강화 대폭 지원
미군(빨간색 원)과 대만군 특수부대원들이 대만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왼쪽). 대만군(노란색 원)과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미군 제1특전단 페이스북]
대만 수도 타이베이 북쪽 네이후구(區)에는 미국 재(在)대만협회(American Institute in Taiwan·AIT)라는 곳이 있다. 부지 6.5ha(6만5000㎡)에 8개 동의 현대식 건물과 중국식 정원까지 어우러진 이곳은 얼핏 보면 대학 캠퍼스 같지만 사실상 미국대사관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건축비 2억5000만 달러(약 2987억 원)를 들여 이곳을 완공하고 새롭게 개설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할 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 대만과 단교했지만, 타이베이에 대사관 성격의 대표 기구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중국과 관계를 고려해 대만과의 교류를 비공식적인 범위로 제한해왔다. 특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대만과의 군사훈련 등을 비밀리에 진행해왔다. 대만 군 해병대가 2017년 6월 미국과 단교 이후 사상 처음으로 하와이에서 미국 해병대와 2주간 합동훈련을 실시했을 때도 최대한 비밀을 유지했다. 심지어 대만군 해병대 병력은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여객기를 타고 하와이로 이동했다. 무기와 장비도 민간 화물기에 실어 보냈다. 미국 정부는 2005년부터 AIT를 경비하기 위해 해병대 등 현역 군 병력을 파견했지만 이를 모두 비밀에 부쳐왔다.

대만과의 교류 대폭 확대


미국 전략폭격기 B-1B가 대만 동부해역 상공을 초계비행하고 있다(왼쪽). 중국 공군의 수호이-30 전투기가 6월 대만방공식별 구역을 침범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대만 국방부]
그런데 미국 정부가 최근 들어 대만과의 교류를 대놓고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만과의 군사훈련을 아예 드러내놓고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육군 특수작전사령부(USASOC) 산하 제1특전단은 6월 29일 미군과 대만군의 특수부대들이 대만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제1특전단이 제작한 44초 길이의 동영상에는 미군과 대만군의 특수부대원들이 대만에서 건물 진입, 수색, 부상자 구조, 요원 철수 등의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훈련은 ‘밸런스 탬퍼(Balance Tamper)’로 불리는 대만과 미국 특전부대의 합동작전 일환으로 실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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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훈련에는 미군 제1특전단 분견대, 대만군에서는 제3군 특전부대가 참여해왔다. 양국군은 매년 1~2회 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금까지 비밀로 분류해온 이 훈련을 공개한 시점은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심의해 통과시키기 직전이었다. 미국 정부의 의도는 앞으로 ‘대만 카드’를 활용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중국 측에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대만과의 군사협력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국이 그동안 홍콩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해온 것도 대만과 통일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대만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할 경우 대만은 중국의 ‘채찍’에도 독자 생존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중국’과 일국양제를 거부해온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 및 차이잉원 총통은 아예 대만 독립을 추진할 수도 있다. 게다가 차이 총통과 대만 정부는 중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대만군 전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대만의 강력한 뒷배가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정기적으로 영관급 장교나 퇴역 장성을 대만에 파견, 대만군의 연대 단위급 훈련에서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워게임, 피아식별 시스템 및 연락체계 구축, 미사일 발사 훈련에 이르기까지 자문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대만군의 지휘·관리·통신·정보 등의 시스템을 미군 모델과 호환되도록 변경해 전시 상황에서 미군과 대만군이 지휘작전 체계를 일원화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대만 ‘연합보’ 보도(7월 1일자)에 따르면 미군은 대만군의 비대칭 작전 전력인 특전부대, 해병수색대, 대테러부대 등과 정치심리전 부서, 육군 항공부대를 통합한 연합특전지휘부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은 AIT에 영관급인 특전연락관 보직을 1명 더 늘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는 환태평양 군사훈련에 대만군을 초청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만해협을 ‘앞바다’로 간주

미국 해군 구축함 2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고 있다(왼쪽). 중국 랴오닝호 항모전단이 대만해협을 거처 남중국해로 항해하고 있다. [US Navy, China.mil]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의 침공 등에 대비해 대만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젠(殲·J)-10, 수호이(Su)-30 전투기와 훙(轟·H)-6 폭격기 등이 올해 들어 잇달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도 B-52H, B-1B 전략폭격기와 EP-3E 정찰기 등을 대만 상공으로 출동시키고 있다.

대만해협에서도 미국과 중국 함정들이 연일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본토와 대만 섬 사이 좁은 바다인 대만해협을 ‘앞바다’로 간주하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미 해군 함정들은 보통 1년에 3~4회 대만해협을 통과했는데, 올해부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미 공군 수송기 C-40이 6월 9일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륙해 대만 영공을 지나가기도 했다. 게다가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를 계기로 미군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도발’을 견제하는 수세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공세적 작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또 대만이 요구하는 무기들을 과거와 달리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대거 판매하고 있다. 대만군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5월 대만에 1억 8000만 달러(약 2152억 원) 규모의 MK-48(mod 6) 중어뢰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 MK-48 중어뢰는 무게 1.67t, 탑재 탄두 중량 295kg, 길이 5.79m, 지름 533mm, 유효 사거리 8km, 최대 속도 28노트(시속 52km)로 잠수함에 탑재돼 적 수상함이나 잠수함을 격침할 수 있다. 수츠윈 대만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은 “이 어뢰는 대만의 비대칭 수중 전략과 대만해협의 수중 전투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항공모함 등 대형함정도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은 노후화된 잠수함을 대체할 새 잠수함을 해외로부터 도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견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차이 총통은 2017년 3월 잠수함 독자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어뢰 판매를 승인한 것은 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자국산 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대만에 M1A2T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팅어 미사일을, 지난해 8월엔 F-16V 66대를 판매하는 계획을 각각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 국방부는 “미국의 행위는 하나의 중국 원칙 등을 심각히 위반하는 것이자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대만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다목적 포석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해 홍콩을 사실상 직접 통치하면서 남중국해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자 미국도 이에 대응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목적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만들어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 중국의 인공섬 군사기지들을 무력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과의 기술 패권 다툼에서 대만을 활용할 수도 있다. 대만 정보기술(IT) 기업은 대부분 중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등 IT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은 또 궁극적으로 중국의 분열도 도모할 수 있다. 대만의 독립을 미국이 지원할 경우 티베트와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등 소수 민족이 대거 거주하는 지역에서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운동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코로나19 청정국인 대만과의 의료·보건 협력도 강화할 수 있다.

대만, 괌에 영사관 개설 계획

중국 해군육전대(해병대)가 광둥성 지역에서 상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china.mil]

대만 해병대가 상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왼쪽). 대만 해군이 보유한 노후 잠수함이 수면에서 항해하고 있다. [자유시보, CNA]
차이 총통과 대만 정부도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자 미국령 괌에 사실상의 영사관을 3년 만에 다시 개설할 계획이다. 대만 외교부는 7월 3일 성명을 통해 괌에 영사관 격인 ‘타이베이 경제문화 판사처’를 재설치하기로 했으며, 현재 공식 개설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괌 주재 판사처는 2017년 8월 예산 문제로 폐쇄되면서 팔라우 주재 판사처로 편입된 바 있다. 괌은 미 공군과 해군기지가 자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에서 전략적 요충지다. 대만군은 괌 미군기지에서 각종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대만 정부의 괌 판사처 설치를 허가한 것은 앞으로 대만 카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미국 입장에선 대만이 ‘불침(不沈)항모’인 만큼 인도·태평양전략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4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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