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생”…코로나 ‘양성’ 판정에도 마스크 또 벗은 브라질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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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 쓰고 지지자 만나는 보우소나루
마스크 안 쓰고 지지자 만나는 보우소나루
세계 2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국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5)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에 이어 각국 지도자의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진행된 생방송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기침과 고열 등의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과거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장한 그는 “공포에 떨 이유가 없다. 그게 인생”이라며 “삶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관저에서 치료에 돌입했다. 그는 4일 미국 대사관에서 토드 채프먼 미 대사, 양국 외교 관리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 당시 참석자들 역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마스크 유세 보우소나루
노마스크 유세 보우소나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월 말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에도 줄곧 “가벼운 독감 같은 것”이라며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참모 파비오 방가르텐 대통령 대변인이 3월 초 확진 판정을 받아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내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지자들을 만났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행정부의 부실 대응 비판이 커지자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는 발언으로 막말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달 23일에는 그의 방역 무시 행동을 보다 못한 법원까지 나섰다. 당시 법원은 “대통령은 법률을 지켜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 4월 말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 사항이 된 만큼 대통령이 어기면 하루에 2000헤알(약 47만 원)씩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판결했다.

마스크 쓰고 기자회견에서 확진 사실 알리는 보우소나. AP뉴시스
마스크 쓰고 기자회견에서 확진 사실 알리는 보우소나. 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오른손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오른손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양성 판정을 받은 이날도 별 것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취재진에게 다가간 그는 돌연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얼굴을 보라며 “코로나19는 내리는 비와 같아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언론협회는 “취재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범죄”라며 연방대법원에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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