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성소수자 적대 트럼프에 한 방 먹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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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소수자 차별 안돼” 판결… 트럼프가 앉힌 보수법관도 찬성
‘복음주의 결집’ 트럼프 전략 타격

미국 연방대법원이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인 2명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해 이들에게 적대적인 정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5일 대법원은 ‘고용자가 직원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해고해선 안 된다’는 판결을 찬성 6, 반대 3으로 내놨다. 장례식장 직원이었다가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후 해고당한 에이미 스티븐스 씨가 2014년 부당해고라며 제기한 소송을 포함해 3건을 병합 판결했다.

주심으로 판결문을 쓴 닐 고서치 대법관(53)은 “성소수자란 이유로 특정인을 해고하는 일은 다른 성별의 직원에게 묻지 않았을 특성을 이유로 삼은 것”이라며 “‘성(sex)’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민권법 제7조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냈다. 2017년 4월 취임한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임명된 첫 대법관으로 보수 성향이다. 역시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찬성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결집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복음주의 기독교인 81%가 2016년 대선에서 집권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를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했고 이달 12일에는 정부 지원 보건 프로그램에서 트랜스젠더를 제외하겠다고 밝혀 이들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다른 대법관에 비해 비교적 젊은 50대 백인 남성인 고서치 대법관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55)을 잇달아 임명한 것도 대법원 지형을 완전한 보수 우위로 굳히겠다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뽑은 고서치로부터 ‘한 방’ 먹은 셈이 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 연방대법원#성소수자#차별 금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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