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코로나 정책에 반기… 日 ‘소신파 정치인’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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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세 요시무라 오사카부 지사… 이동 자제 등 선제조치 호평
긴급조치 해제 기준도 독자 발표… 코로나 잘 대응한 정치인 1위
앵커 출신 고이케 도쿄 지사 2위… 최초 긴급사태 홋카이도 지사 4위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늑장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66)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상하고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44) 오사카부 지사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8) 도쿄도 지사,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39) 홋카이도 지사가 대표적이다.

6일 마이니치신문이 11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처를 잘한 정치인’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188명이 요시무라 지사를 꼽아 1위에 올랐다. 2위는 고이케 지사(59명)였고, 아베 총리는 34명에 불과했다.

요시무라 지사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3월 20∼22일 사흘 연휴 때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대책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는 “오사카부와 효고현 사이 불필요한 왕래를 삼가 달라”고 주민들에게 요청했다. 당시 아베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매일 언론 앞에 서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했다. 아베 총리가 4일 긴급사태 선언을 연장하며 해제 기준을 밝히지 않자 “무책임하다. (출구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라 정치가의 역할”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오사카부는 4일 독자적으로 만든 긴급사태 조치 해제 기준(일명 ‘오사카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사카부 출신으로 규슈대 법학과를 졸업한 요시무라 지사는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일본유신회 소속으로 2014년 중의원 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고, 2015년 오사카 시장, 2019년 오사카부 지사 선거에 잇따라 당선됐다. 젊은 나이와 거침없는 언변이 강점이다. 개헌과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찬성하는 등 우익 성향이다.

고이케 지사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3월 말 “국가로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주저하는 아베 총리에 대해 긴급사태 발령을 촉구했다. ‘감염 폭발 중대 국면’ ‘스테이 홈(Stay Home)’ 등 짧고 간결한 메시지를 발신해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시사 주간지 슈칸아사히는 “코로나 사태 덕분에 잊혀져갔던 고이케 지사의 인기가 재연됐다”고 평가했다.

30대 스즈키 지사는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4위(26명)를 차지했다. 홋카이도는 2월 말 자체적으로 긴급사태를 발령하며 가장 빠른 대처를 했다. 그는 집안 사정으로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도쿄도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19년 최연소로 도지사에 오른 ‘고졸 흙수저’ 신화로도 유명하다.

반면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정권 2인자로서 위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주변 측근의 존재감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청한 전 자민당 간부의 비서관은 “코로나 사태로 아베 총리의 구심점이 약해지는 사이 지방 스타가 나오고 있다”며 “요시무라 지사, 고이케 지사, 스즈키 지사가 정치 지형에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코로나19#아베 신조#소신파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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