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심각” 전문가집단 보고 수차례 묵살한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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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전문가 그룹서 문제 제기… 복지장관이 1월에만 두차례 보고
2월에도 ‘거리 두기’ 권고했지만… 재선 의식한 트럼프 “겁주지 마라”

미국 정부에 올해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제기한 보건전문가 집단 ‘붉은 여명(Red Dawn)’이 존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전했다. 특히 앨릭스 에이자 복지장관이 1월에만 대통령에게 두 차례 위험성을 보고했지만 사실상 묵살해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붉은 여명’은 2018년 4월부터 국토안보부 최고 의료 책임자로 재직 중인 두에인 카네바 박사가 보건부, 보훈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무부 내 의료 전문가 지인과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만들었다. 이름은 소련과 쿠바 연합군이 미국을 가상 침공한 상황을 그린 1984년 영화 제목에서 따왔고 주로 e메일로 소통했다.

이들은 올 초부터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폐렴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에이자 장관은 1월 18일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보고했지만 대통령은 곧 지나갈 문제로 치부했다.

카터 메셔 보훈부 의료자문관은 같은 달 28일 e메일에서 “대학을 휴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같은 날 제임스 롤러 네브래스카대 의대 교수 역시 “이 폐렴을 좀 나쁜 계절 독감으로 치부하는 건 일본 히로시마 원폭 사태를 ‘심한 여름 폭염’에 빗대는 것과 같다”고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2월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2월 25일 낸시 메서니어 CDC 면역호흡기질환 부문 책임자가 “지역사회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발언한 후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재선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필요한 겁을 줬다”며 하루 뒤 전문가 회의까지 취소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코로나19#미국 정부#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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