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식당서 남녀동석 허용…분리시설 철폐 강제는 안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9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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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 "투자 유치와 사업기회 늘리기 위한 조치"

사우디아라비아가 8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식당에 갈 때 남성과 따로 입장하거나 분할된 격벽 뒤에 따로 착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최근 사우디는 수십년 간 계속돼온 보수적인 규제들을 없애고 있다.식당에서 남녀를 격리시키는 것은 사우디에서 가장 현격한 남녀 분리 규제의 하나로 꼽혀 왔다.

제다와 리야드의 고급 호텔에 있는 일부 식당에서는 이미 남녀의 자유로운 동석이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가 식당에서의 남녀 동석 허용을 공식 발표한 것은 사우디의 전통에 비춰볼 때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서구 체인들을 포함한 사우디의 식당과 카페들은 현재 남성들만 앉을 수 있는 독신자(single)실과 여성들끼리 온 고객이나 남성 친척과 동행한 여성이 앉을 수 있는 가족(family)실로 구분돼 있다. 또 여성들을 위한 입구가 따로 있고 여성들이 독신 남성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격벽이나 별도의 룸이 설치돼 있다. 분리된 공간이 없는 소규모 식당이나 카페에는 여성들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식당에서의 남녀 동석을 허용하는 문제의 민감성 때문에 이러한 결정은 국영 SPA 통신에 게재된 성명을 통해 발표됐다. 성명은 식당 등 새롭게 남녀 동석이 허용되는 건물과 학교, 스포츠 센터 등의 목록을 담고 있다.

성명은 이러한 남녀 동석 허용이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 기회를 더 늘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에서는 아무 관계도 없는 남녀는 공공장소에서 함께 섞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립학교들과 대부분의 공립 대학들에서도 남녀는 격리되고 대부분의 결혼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대대적인 사회 개혁에 나서면서 남녀가 콘서트에 함께 갈 수 있게 됐고 한때 금지됐던 극장에도 함께 갈 수 있게 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공공장소에서의 남녀 격리와 같은 보수적 사회 규범들을 집행하는 종교경찰의 권한을 축소시키기도 했다.

비록 가족석으로 국한돼 있기는 하지만 사우디 여성들은 2년 전 처음으로 경기장에서의 스포츠 관람이 가능해졌고 몇년 전부터는 남학생들만 가능했던 체육 수업을 여학생들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8월에는 남녀 관계없이 누구나 여권을 신청하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불렀던, 남성 보호자 없는 여성의 단독 여행 금지 규정도 없앴다.

그러나 식당에서 남녀 동석을 허용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식당이나 카페들이 그동안 남녀를 격리시켰던 격벽이나 별도 룸들을 없애는 것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사우디 사회 문화 속에서 많은 사우디 여성들은 여전히 남녀 분리 공간을 갖춘 식당만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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