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미인대회 참가
대회서 이란 정권 비판해온 전 왕세자 사진 흔들어
페이스북에 "이란 사람들, 자유나 기본 인권 없어"
이란을 대표해 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했던 여성이 2주째 필리핀 공항에 억류된 채 필리핀으로의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 이 여성은 이란 정권을 비판해 처형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바하레 자레 바하리는 12일 전 두바이에서 필리핀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려다가 구금됐다. 이란인 폭행 혐의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수배령인 적색경보가 내려져서다. 바하리는 폭행 혐의 자체가 날조됐다는 입장이다.
바하리는 2주째 공항 터미널3의 객실에 억류돼있다. 그는 이란으로 보내질 경우 최소 징역 25년형을 받거나 처형당할 수 있다면서 필리핀으로의 망명을 원하고 있다.
그간 중국, 이란 등 비민주주의 국가가 적색경보를 악용해 인터폴 회원국으로부터 범죄자가 아닌 정치범을 넘겨받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바하리는 자신도 같은 처지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마닐라에서 열린 미인대회인 미스 인터콘티넨털에 이란 대표로 참가했던 그는 대회에서 이란 정권을 비판해온 전 왕세자 레자 팔라비의 포스터를 흔들었다. 이는 이란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이다.
친미 팔라비 왕조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됐다. 바하리는 “레자 팔라비의 사진을 미인대회에서 사용해서 그들(이란 정부)은 나에게 화가 났다”고 아랍 뉴스에 말했다.
그는 “나는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다”며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스스로를 이란의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국제적인 배우이자 치과의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바하리는 2014년부터 필리핀에서 치의학을 공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나 기본 인권 없이 테러리스트 정권의 나쁜 경제 상황에서 살아가는 이란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보내는 내 메시지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되고, 당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길 바란다”고 게시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은 “적색경보 대상자가 해당 경보를 요청한 국가에서 도망치는 난민으로 판명될 경우 적색경보는 아무 효력이 없어진다. 세부적인 내용이 드러날 때까지 이란의 적색경보 통고 하에 어떤 조치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가디언에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