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제 끝내자!”…日시민 수백명, 도쿄 한복판서 항의 시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3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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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계승' 플래카드 들고 시위 벌여
시위 참가자 3명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의식이 개최된 지난 22일 도쿄 한복판에서는 일왕제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3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500여명의 시민들(주최측 추산)은 전날 오후 3시께부터 도쿄 도심 신바시(新橋)에서부터 번화가인 긴자(銀座)까지 약 2㎞에 달하는 거리를 도보로 행진하며 일왕제도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경찰들과 대치하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시위에 참석한 시민 3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즉위반대’ 등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며, “즉위 의식은 헌법 위반이다”, “끝내자 천황제” 등을 외쳤다.

한 참가자(60)는 “즉위의식은 천황(일왕)이 주권자인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며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일본 인터넷매체 ‘레이버 넷’(Labornet)에 따르면 시위에 참석한 한 남성은 “천황은 침략과 차별의 상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 중에는 나루히토 일왕의 조부(祖父)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의 사진이 붙은 ‘전범(戰犯)계승’이라는 플래카드를 든 여성도 있었다.

한편 일본인들이 ‘천황(天皇·덴노)’이라고 부르는 일왕제도는 과거 근대화 물결이 시작된 메이지(明治)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는 신격화되면 절대적 권위를 가졌으나 일본이 전쟁에 패한뒤 1946년 공포된 현행 헌법에 따라 국정에 대한 권한이 전혀 없는 상징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의식에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며 헌법으로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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