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한일, 美의 총알받이 되지말라”… 9일 방한 에스퍼 “동맹국과 협의해 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6일 03시 00분


에스퍼 美국방 ‘중거리미사일 아시아 배치’ 언급 파장
환추시보 “배치땐 사드보다 심각”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언급하자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환추(環球)시보가 5일 한국을 겨냥해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협박했다. 환추시보는 “미사일을 배치하면 자신이 지른 불에 스스로 타죽을 것(引火燒身)”이라며 원색적으로 위협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다음 날인 3일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시사했다. 호주를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4일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호주 측 인사들과의 장관급 회의(AUSMIN)에 참석한 뒤에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적대적 조치라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에스퍼 장관이 9일 한국에서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인 환추시보는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 중국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이 집중적으로 조준하는 목표물이 되지 말고 미국이 아시아를 기세등등하게 압박하는(宊宊逼人) 정책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현 상태(現狀)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군사 경쟁에 직면하는 것 외에도 지정학적 동요를 일으킬 것”이라며 “이는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일어난 충격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명백히 공격성 무기”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전 세계에서 이런 무기 시스템을 우리의 우방 및 동맹국들과 사용할 때에는 그들의 동의하에, 그들의 주권과 관련해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우리에게 그런(미사일 배치) 요청이 없었으며 고려되지도 않았다”며 호주가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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