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찬성론자들로 내각 채운 존슨 英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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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물갈이해 친정체제 구축… “10월말까지 완수… 노딜도 준비”
취임 연설서 강행 재차 밝혀… 터키 “존슨은 오스만제국 후손”
에르도안 “英과 관계개선 기대”

“여왕 폐하, 새 총리입니다”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알현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다우닝 10번가 총리관저 앞 취임 연설에서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무조건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AP 뉴시스
“여왕 폐하, 새 총리입니다”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알현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다우닝 10번가 총리관저 앞 취임 연설에서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무조건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AP 뉴시스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55)가 24일 공식 취임했다.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찬성론자를 대거 신임 장관으로 발탁했고, 전임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EU 탈퇴 의지를 강조했다. BBC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취임 연설 자리에서 “(메이 총리 재임) 3년의 우유부단과 자기불신으로 영국에 비관론자가 많아졌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EU와 재협상에 나서 브렉시트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꾸겠다. 만일에 대비해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도 준비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정식 임명을 받고 주요 각료에 브렉시트 찬성론자를 전진 배치했다. 메이 내각 구성원(22명) 중 무려 17명을 교체하고 메이와 척을 진 이들을 대거 복귀시켰다. 전임자 흔적을 싹 지우고 친정 체제를 구축한 이날 개각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름날의 대학살’로 부른다.

‘내각 2인자’ 재무장관에는 파키스탄계 사지드 자비드 현 내무장관(50)이 임명됐다. 지난달 초부터 다섯 차례 이뤄진 보수당 의원들의 당 대표 후보 선출 과정에서 존슨과 경쟁했지만 패배 후 존슨을 지지했다. 내무장관은 인도계 프리티 파텔 전 국제개발부 장관(47), 외교장관 겸 초대 국무장관은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45)이다. 셋 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파다. 특히 라브 장관은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며 반발해 사표를 냈다가 복귀했다. 그는 이날 총리와 보조를 맞추며 “무슨 일이 있어도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마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국가안보회의 내용을 유출했다가 해임된 개빈 윌리엄슨 전 국방장관은 교육장관, 2016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메이와 최종 경쟁했던 앤드리아 레드섬 전 원내대표는 기업에너지부 장관이 됐다. 역시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이다.

‘퍼스트 걸프렌드’?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의 여자친구 캐리 시먼즈가 24일 애인의 취임 연설을 듣기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 서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부터 부인과 별거하며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는 배우자 없이 관저에 입성한 첫 총리다. 런던=AP 뉴시스
‘퍼스트 걸프렌드’?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의 여자친구 캐리 시먼즈가 24일 애인의 취임 연설을 듣기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 서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부터 부인과 별거하며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는 배우자 없이 관저에 입성한 첫 총리다. 런던=AP 뉴시스
존슨 총리의 여자친구 캐리 시먼즈(31)가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주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지난해부터 부인과 별거하며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식 혼인 관계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시먼즈는 지난달 초부터 이뤄진 보수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 빨간색 옷을 입고 등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더선은 “보좌진은 시먼즈의 등장을 꺼렸지만 총리가 듣지 않았다. 시먼즈 본인도 주목받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은 신임 총리가 배우자와 함께 관저 상징인 까만 대문으로 같이 들어가는 모습은 연출하지 않았다. 영국 언론은 총리의 이혼 절차가 끝나야 두 사람이 관저에 같이 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존슨의 취임을 터키도 반기고 있다. 그의 증조부는 오스만제국의 마지막 내무장관 알리 케말(1867∼1922)이다. 그가 터키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와의 정쟁(政爭)으로 숨지자 그의 영국인 부인은 아들을 데리고 귀국했고 자신의 성 존슨을 붙여 후대에 이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영문 매체 ‘아랍뉴스’에 따르면 이날 터키 언론은 ‘오스만제국의 후손이 영국 총리가 됐다’며 집중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트위터에 축하 글을 올리며 “터키와 영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보리스 존슨#영국 총리#공식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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