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英총리 “정치에 승자와 패자 없다”…마지막 연설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8일 0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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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비하하지 않고 비판하는 능력 있어야"
"타협은 진보의 방안…결코 '더러운 말' 아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총리로서 마지막 연설을 했다. 타협 없는 정치는 절대주의로 이어지며 포퓰리즘은 민주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의 메시지가 담겼다.

특히 “정치에 승자와 패자가 없다”는 그의 발언은 유력 차기 총리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극우 브렉시트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 등 끝없이 갈등을 양산하는 정치인들을 향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BBC, 가디언은 이날 메이 총리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에서 강경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주의자들을 겨냥한 연설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원칙과 현실을 결합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 타협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모든 정치적 담론은 잘못된 길로 내몰린다”고 했다.

그는 “이는 사실상 ‘절대주의’로 이어졌다. 만약 여러분이 당신의 시각만을 크게, 그리고 길게 외친다면 결국 당신만의 길로 빠지게 될 것이다”고 말을 이었다.

또 정치의 가치는 상대편의 말에 귀를 이울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견제 받지 않는 ‘나쁜 말’은 결국 ‘나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증오와 편견은 사람들이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까지도 더 어두운 곳을 향해 몰아간다”고 했다.

이어 “어떤 이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비하하지 않고 비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비난했다.

BBC는 메이 총리의 발언이 최근 미국 민주당 내 유색 여성 하원의원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등 다자협정에 대한 가치도 강조했다. 이들 협정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외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이 총리는 정치인들은 시급한 국제적 과제들에 대한 공통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협은 결코 ‘더러운 말(dirty word)’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도자의 역할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거나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시민이 진정한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를 위해 타협하는 것은 가치와 신념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정치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양보할 의지를 갖고 설득하며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자와 패자의 정치, 절대주의, 끊임 없는 투쟁과 우리는 맞서야 한다. 이는 우리 모두를 위협한다”고 했다.

끝내 이루지 못한 브렉시트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국 정치권은 유럽연합(EU) 탈퇴와 잔류 두 파로 나뉜 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어떤 이들은 내가 지난 3월29일 ‘노딜(no deal)’을 무릅쓰고 EU를 탈퇴했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깨끗한 탈퇴를 원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를 멈추는 방법을 찾을 것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EU와 만든 브렉시트 협상안은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함과 동시에 여전히 EU에 남길 바라는 이들이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고 했다.

또 앞으로 브렉시트와 관련해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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