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고에도 ‘러시아판 사드’ 인수 착수한 터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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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까지 나머지도 도입 계획… 美, 스텔스기 정보 러 유출 우려
블룸버그 “트럼프, 제재조치 결정”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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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센 압박과 경고에도 터키가 12일부터 3일 연속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미사일 체계 인수를 시작했다고 AP통신 등이 14일 보도했다.

터키 국방부는 이미 13일 트위터를 통해 “12, 13일 양일간 러시아 수송기 4대가 S-400 부품을 싣고 수도 앙카라 인근 뮈르테드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120발 이상의 유도미사일을 포함한 나머지 인도분이 올여름까지 해상을 통해 터키에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S-400의 터키 배치가 본격화함에 따라 터키와 미국의 갈등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S-400은 미군의 주력 전투기 ‘F-35’처럼 스텔스 기능이 탑재된 항공기에 대한 탐지 및 요격 역량이 우수하다. 특히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이 미사일 체계와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며 격렬히 반발해 왔다. 미국은 “터키가 S-400 도입을 완료하면 ‘F-35 프로그램’에서 터키를 배제하겠다”고 밝혀 왔다. 터키에 대한 F-35 판매를 중단하고 터키 기업이 만든 F-35 부품도 구입하지 않으며 양국 조종사 훈련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참모들이 이미 대(對)터키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쿠르드족 지원에 강하게 반발해온 터키는 외교정책의 축을 미국에서 러시아로 옮길 뜻까지 나타내며 강하게 맞설 기세다. 튀르크계인 터키인과 달리 독자적 인종 언어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현재 터키 인구 약 7800만 명 중 1400만 명(약 20%)에 달한다.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이 인근 시리아 이라크 등의 쿠르드족과 연합해 독립국가를 만들까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침공, 2014년 시리아 내전 발발 등 중동에서 주요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쿠르드족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에런 스타인 미 해외정책연구소 중동프로그램 이사는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FA) 기고에서 “터키는 미국이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터키 미사일 인수#러시아판 사드#f 35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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