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에 통 큰 양보했지만 이견 커 험로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0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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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80분간 담판 이후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방침을 시사하고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한 것은 확전보다 협상을 통해 실리를 선택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이 지난해 7월 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의 양보로 ‘2차 휴전’에 돌입했으나, 양국간 이견이 여전히 커 최종 합의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통 큰 양보’로 ‘2차 휴전’ 실리 선택

미 재계는 미중의 ‘2차 휴전’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화웨이가 인텔 퀄컴 등 미국 기술기업에서 구매하는 부품은 연간 1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농민을 배려한 전략적 선택의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엄청난 양의 식품과 농산품을 구매할 것이며 곧, 거의 즉각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구매하길 원하는 목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농민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관세 보복의 타깃이 된 농민을 ‘녹색 애국자(Green patriots)’라고 치켜세웠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전날 54만4000t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

‘전략적 경쟁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반전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73분간 기자회견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언급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거론한 반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s)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12월 내놓은 국가안보 전략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와 ‘수정주의 패권(revisionist power)’로 규정한 것과는 결이 다른 인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처럼 중국에 대한 언급도 해명되지 않은 많은 질문을 남겼다”며 “중국이 미국 농산품에 대한 즉각적인 구매에 합의했는지, 새 관세가 항구적으로 동결됐는지에 대해 미중 간 상당한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견 덮은 ‘깨지기 쉬운 합의’

양측이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지만 5월 미중 고위급 협상의 결렬 원인으로 꼽혔던 양측의 이견이 좁혀졌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았다. 미국 측은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절취, 시장 개방 등의 구조 개혁 약속 이행을 위한 법률 개정을 요구했다. 중국 측이 요구하는 모든 관세 철회 요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현재 중국에 부과된 관세에 대한 인하 조치는 없다”고 못박았다.

중국은 미국의 구조개혁 요구를 19세기식 ‘불평등조약’이라며 반발해왔다. 특히 시 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주권과 존엄 관련 문제에서 중국은 반드시 핵심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핵심 이익’을 티베트, 대만 문제 등 절대 양보할 수 있는 영토 문제에만 써왔다.

양측의 후속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휴전’ 이후 다섯 달 만에 협상이 결렬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NYT는 “양국 간 이견이 여전히 ‘깨지기 쉬운 평화’를 탈선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홍콩 밍(明)보에 “미중의 큰 입장차가 기본적으로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협상 재개 이후 미중이 어떤 합의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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