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가벼운 입에 ‘코빈 울고, 존슨 웃고’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5일 0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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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침없는 입에 영국 핵심 정치인들이 한순간에 하늘로 오르거나 땅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국빈 방문 이틀째인 4일 트럼프 대통령은 궁정의 호사 환대의 전날과는 달리 테리사 메이 총리와 반나절 이상을 같이 움직이면서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실무에 집중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확대 정상회담을 위해 메이와 함께 총리 관저로 들어설 무렵 영국 언론은 트럼프가 이날 일찍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통화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무려 20분이나 통화했으며 트럼프가 이날 늦게라도 직접 만나자는 말을 건넸으나 존슨이 보수당 의원 모임 선약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얼마 후 트럼프가 이제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을 따로 만나기로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트럼프는 이번 영국에 오는 길에 트윗으로 존슨이 휼륭한 차기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해 방문국 내정에 물색없이 관여한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국제회의에서 영국 외무장관으로 참석한 존슨과 만났었고 존슨이 메이의 소프트 브렉시트 방향을 트집 잡자 이를 칭찬하고 메이틀 깎아내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존슨도 트럼프와 같은 ‘상궤에서 벗어난 방식’을 브렉시트에 대입하면 오히려 뜻밖의 돌파구가 나올 수 있다며 트럼프를 치켜세운 바있다.

그런데 고브 장관이 트럼프와 만난다는 소식은 의외로서 영국 언론 역시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조금 지나서 총리 경선에 출마했던 고브가 메이 내각에 입각하지 못하고 평의원으로 낙마해 있을 2017년 초 미 대통령 당선자 신분의 트럼프를 영국 더 타임스 기자 신분으로 단독 인터뷰한 사실이 수면 위에 다시 올라왔다. 더 타임스는 트럼프가 극히 친애하는 폭스뉴스의 사주 루퍼트 머독 소유이며 고우브는 정계 진출 전 이곳 편집장을 지냈다. 이런 여러 사실이 이리저리 맞춰지고 꿰어져 고브의 차기 총리 가능성 점수가 급상승했다.

현재 보수당 당대표 겸 총리 경선전에 출마한 12명 하원의원 중 보리스 존슨, 제러미 헌트 및 마이클 고브 3인이 날마다 숫자가 변하는 보수당 동료의원들의 공식 지지성명 싸움에서 제1열을 이루고 있다. 이 마당에 트럼프와 단독 대면한다는 것은 일반 국민이 아닌 보수당 의원 사이에는 독보다는 약이 될 성질의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관저에서 메이와 트럼프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고 질문 순서로 넘어가자 트럼프는 곧 “존슨과 어떤 대화를 했는가, 고우브와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했다.

트럼프는 일사천리로 답했다, “존슨을 알고 있고 좋아한다, 헌트 역시 알고 좋아한다. 그러나 고브는 모른다”는 것이다. 영국 언론은 트럼프가 존슨과 제러미 헌트의 총리 출마를 공식 지지 표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전날 런던 외곽 스탠스테드 공항에 내렸을 때 영접나온 최고위 인사가 헌트 외무장관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바로 전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가 총리가 되면 무역협상을 역시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는 거침없이 “나는 코빈을 모른다, 그 코빈이 오늘 내일 중으로 만나자고 요청했다, 나는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 뒤 곧 코빈은 ‘부정적 힘’이라면서 자신은 그런 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빈은 메이와 트럼프가 만나고 있을 때 트럼프 방문항의 시위에 합류했는데 이때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애매한 말은 했지만 자신이 트럼프에게 만나줄 것을 요청한 사실은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노동당은 트럼프의 회견 내용이 나온 지 몇 분 뒤에 요청이 사실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영국의 많은 언론들은 코빈 당수가 트럼프가 발설하기 전에 먼저 면담 요청을 밝혔었야 했다고 꼬집었다.

전날 여왕 국빈만찬에 초청 받고도 불참 결정한 코빈이 트럼프의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상궤에서 벗어난 입 때문에 가장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전날 만찬에 환경장관으로서 초청 받아 멜라니아 트럼프의 여 홍보실장을 에스코트하고 만찬에 참석했던 마이클 고우브도 그에 못지않는 타격을 받았다고 하겠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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