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하원서 브렉시트안 부결되면?…예상 시나리오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5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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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운명의 걸린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 승인투표가 15일 의회서 치러진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14일 하원을 찾아 브렉시트 합의안이 완벽하지 않지만 부결시 국민의 실망을 감수해야 한다며 의회를 압박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합의안은 하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영국 내 정치 상황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원은 15일 오후 7시(한국시간 16일 오전 4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 후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메이 총리의 승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메이 총리로서는 의회 내 반대파들을 설득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 승인투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 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의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인 320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합의안이 의회 승인을 얻으면 영국은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오는 3월29일 EU를 자동적으로 탈퇴한다. 영국은 이후 2년간의 과도기를 거치며 관세, 거주권 등과 관련해 EU와 추가적인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협상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돼 메이 총리가 재협상을 선언할 수도 있다. 메이 총리로서는 합의안이 부결 되면 성명을 통해 EU와의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강경파들을 의식해 백스톱(backstop) 재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와 노동당,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민주연합당(DUP) 등 야당은 백스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다. 백스톱이 발동되면 영국이 EU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백스톱이란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국을 일정 기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안전장치다.

◇리스본 조약 50조 연장

EU는 메이 총리의 요청이 있으면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브렉시트 발효시한을 오는 7월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이 어떤 합의도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방지하고 메이 총리가 영국 정치권을 설득할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조치다. 리스본 조약은 제50조에서 회원국 탈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7년 3월29일 EU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리스본 조약에 따라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탈퇴 통보 이후 2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EU에서 탈퇴해야 한다.

◇노르웨이 모델 수용

브랙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 영국 정부는 3개회일(sitting days) 이내에 ‘플랜 B’를 제시해야 한다. 메이 총리로서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연장하면서 일종의 ‘소프트 브렉시트’인 노르웨이 모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노르웨이 모델은 EU 단일시장에 완전한 접근권이 주어지는 것이 특징으로 유럽사법재판소의 관할권에서 제외된다. 또 EU 규제를 따라야하며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총리 교체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열린 신임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지만 승인 투표 패배가 현실화되면 사퇴 압박이 불거질 전망이다. 신임 투표 승리로 메이 총리는 올해 말까지 총리직이 보장되지만 내각에서 메이 총리 사퇴를
요구하면 진퇴양난에 빠질 수도 있다.

◇조기 총선

15일 표결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큰 표차로 부결되면 노동당은 조기총선 카드를 빼낼 것으로 보인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의하면 하원 전체 의석 3분의 2 이상이 조기총선 동의안에 찬성하거나, 내각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을 하원에서 의결해야 한다. 보수당 내 강경파들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불신임안에 투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메이 총리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보다 더 나은 브렉시트 협상을 할 수 있다며 본인 스스로 조기총선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제2국민투표

보수당 및 야당인 노동당의 상당수의 의원들은 제2국민투표에 찬성하고 있지만 메이 총리는 반대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14일 “우리는 3월29일 브렉시트를 떠난다. 그 시기를 늦추거나 제2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다수는 제2국민투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12일 BMG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제2 국민투표에 대한 찬성률이 46%를 기록했다. 28%는 제2국민투표에 반대했고, 26%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노딜 브렉시트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부결되면 영국과 EU가 새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19일 노딜에 대비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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