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노동자 권익 보호 시위 참가 명문대 출신 학생들 잇따라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2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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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노동자 권익 보호 시위에 참가했던, 베이징대 런민대 등 명문대 출신 학생들이 잇따라 체포, 실종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NYT는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선전, 우한 등에서 최근 수일 동안 이들 대학을 졸업한 최소 12명의 활동가들이 구타를 당한 뒤 차량에 태워지는 등의 방식으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9일 오후 10시경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이 베이징대에 진입해 노동자 권익 보호 운동 조직의 주요 인물로 알려진 이 학교 졸업생 장성예를 구타하고 차량에 태워 사라졌다. 장성예는 중국 당국에 억류돼 행방을 알 수 없는 노동자 권익 보호 운동가들을 찾는 운동을 벌여 왔다. 장성예의 연행 과정에서 함께 구타 당한 이 학교 역사학과 학생 위톈푸(22)는 11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당신들 누구야, 왜 여기서 이러는 거야”라는 물음에 이 남성들이 “네가 소리 지르면 더 때릴 거야”라고 위협하며 자신을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특권을 가졌기에 법과 시민 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가. 어떻게 이렇게 베이징대 안에서 악랄하고 무례하게 학생들을 때리고 납치할 수 있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 명문대 출신 노동자 권익 보호 운동가들은 자신들이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이상을 신봉하는 열렬한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7, 8월 광둥성 후이저우의 용접기 제조업체 ‘자스’에서 발생한 노동자 시위에 참가했다. 자스는 5월부터 독립 노조 결성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 공장 노동자들이 노예처럼 대우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른바 ‘좌파 공산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NYT는 “이들의 등장은 사회주의 노동자들 권리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중국 공산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산당은 이들의 운동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에 따르면 20대 남성인 치이위안은 최근 ‘시진핑이 시대의 흐름의 역행하는 것을 반대한다.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반대한다’는 등의 글씨가 적힌 검정색 셔츠를 입고 베이징 한복판인 천안문 인근의 신화문을 걷다가 중국 공안으로 보이는 요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차이위안은 당시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방식으로 이 장면을 기록했다. 신화문은 시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들의 집무실이 밀집해 있는 중난하이로 연결되는 남문이다. 치이위안은 시진핑의 ‘진’에 해당하는 ‘근’(近)자를 금지를 뜻하는 ‘금(禁)’자로 바꿨다. ‘금’자는 중국어 ‘진’으로 발음된다. 사회통제를 강화하는 시진핑 정부를 풍자한 것이다.

치이위안과 영상 통화한 23세 남성 장판청은 베이징대 내의 호수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자유, 민주, 평등, 공평, 정의”를 요구하며 8월 상하이에서 시 주석의 초상화에 먹물을 뿌렸다가 정신병원에 갇힌 것으로 알려진 여성과 7, 8월 ‘자스’ 노동자 시위에 참가하려다가 실종된 베이징대 졸업생 웨신 등의 석방을 요구하는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들의 동영상은 트위터에서 돌고 있다.

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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