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전동스쿠터… 제동 걸린 친환경 교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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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교통수단 美전역서 열풍… 시속 24km 이동 안전사고 잇달아
제조결함 화재-관리부실 논란도
부상자들 공유-제조사에 집단소송… 20여개 도시선 사용중단 규제

미국인 빅터 샌앤드레스 씨는 6월 뉴욕의 언덕길을 전동스쿠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브레이크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달리던 스쿠터에서 나가떨어졌다. 이 사고로 얼굴이 찢기고 새끼손가락과 발톱이 부러졌다. 샌앤드레스 씨는 “몸이 공중에 붕 떴다가 땅에 떨어져 정신을 잃었다”고 사고 당시의 충격을 블룸버그뉴스에 털어놨다.

미국에서 버스 택시 등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전동스쿠터가 ‘안전문제’라는 암초에 부닥쳤다. 안전사고와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 차세대 개인 교통수단에서 사고뭉치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해 6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전동스쿠터 공유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석 달간 2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동스쿠터 사고가 161%가량 급증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병원의 응급실 의사들은 “일주일에 10건 정도의 전동스쿠터 사고 환자들을 치료한다”고 말했다. 9월 워싱턴, 댈러스, 클리블랜드에선 전동스쿠터를 타다가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전동스쿠터는 시속 15마일(시속 24km)로 이동하기 때문에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버드, 라임 등 전동스쿠터 공유회사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한 뒤 서부를 시작으로 전동스쿠터 열풍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전동스쿠터에 치이거나 걸려 넘어져 다친 부상자 9명은 지난달 19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에 전동스쿠터 공유회사인 버드와 라임 그리고 제조사인 샤오미와 세그웨이를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냈다. 원고 측 캐서린 레어러 변호사는 소송이 제기된 뒤 뇌 손상을 입은 67세 노인 등 전동스쿠터 부상자 75명이 자신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에선 일부 주민들이 전동스쿠터를 바다에 던지거나 모래 속에 던지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버드와 라임 측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맞섰다. 버드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교통안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집단소송 변호사들은 (전동스쿠터 사고보다는)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4만 건의 자동차 사고 사망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공유 스쿠터 관리 부실 논란도

8월 캘리포니아주 타호 호수에서 라임이 관리하는 전동스쿠터에서 화재가 일어나 2000대의 사용이 중지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 회사는 “일부 스쿠터가 제조 결함 때문에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거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전동스쿠터를 함부로 사용하면 브레이크, 가속기에 문제가 생기거나 배터리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전동스쿠터 공유회사의 관리 능력이 이용자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제품 수리 경력만 있어도 전동스쿠터 정비공으로 채용되며, 정비공들이 유튜브를 보며 수리법을 익혀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버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전 직원 파힌 캄레이니 씨는 “수리공들이 하룻밤에 최소 3대를 수리해야 했지만 중국산 부품 재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전동스쿠터 사고가 빈발하자 샌프란시스코, 샌타모니카 등 미국 20여 개 도시가 사용 중단 등의 규제에 나섰다. 전동스쿠터 공유서비스 허용을 검토 중인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세스 스타인 뉴욕시장 대변인은 “사람들이 밀집된 거리와 인도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주의 깊게 살피며 관련 법안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전동스쿠터#친환경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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