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집에 아직 엄마 있어” 애타는 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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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 日홋카이도 르포

“전기 공급이 중단돼 오늘 부득이하게 폐점합니다.”

말 그대로 ‘암흑’이었다. 6일 오후 7시 일본 홋카이도 최남단 하코다테(函館)시의 중심가인 하코다테역 앞 사거리는 불빛 하나 없었다. 이날 새벽 규모 6.7의 강진 이후 홋카이도 전 지역이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겪으면서 가로등은 물론이고 신호등도 작동이 멈춰 섰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켠 채 속도를 줄여 달리고 있었다.

역 앞 고급호텔 1층 입구에는 투숙객들이 손전등을 켜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편의점과 식당에는 ‘운영 안 함’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자가발전기로 백열등 몇 개를 켠 하코다테역 내부에는 열차 이용객들이 골판지를 깔고 앉아 열차 운행 재개만을 기다렸다. 렌터카 지점과 주유소 앞에도 사람들이 몰려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블랙아웃 사태는 홋카이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강진의 영향으로 진원지 인근 대형 화력발전소가 멈춰 섰고 이후 다른 화력발전소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그나마 6일 오후 10시경 나가와시의 발전소 1기가 가동돼 하코다테 등 일부 지역에 전기가 공급됐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7일 현재 홋카이도 전 지역 295만여 가구 중 약 55만 가구에 전기가 들어왔다. 그러나 홋카이도 전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정상화되려면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일 오후 홋카이도 아쓰마(厚眞)정 요시노(吉野) 지구. 12명이 숨진 이 지역은 이번 강진 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이다. 무너진 집 앞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은 구조대가 한시라도 빨리 어머니를 구조해주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이 여성은 기자에게 “어머니가 저기 갇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피해는 야산 바로 앞에 있던 19동의 건물에 집중됐다. 한 주민은 “산에서 흙이 쏟아져 내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입구에는 당시 흘러내린 토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수백 명의 구조대가 무너진 집과 토사를 파내며 실종자 20여 명을 찾고 있지만 폭우가 예보돼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폐쇄됐던 삿포로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은 7일 낮부터 국내선을 중심으로 운항이 일부 재개됐다. 홋카이도 신칸센도 7일 낮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삿포로 총영사관에 따르면 발이 묶인 한국 관광객 수는 4000여 명으로 약 400여 명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날 오후 국내외 항공사들은 신치토세 공항 인근의 다른 공항에 임시 항공편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한국 관광객들을 수송했다. 티웨이항공은 이날 신치토세 공항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아사히카와(旭川) 공항에 임시편 2대를 띄워 340명을 귀국시켰다.

하코다테·아쓰마·삿포로=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변종국 기자
#일본#지진#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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