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가 단돈 1300원”…佛 루베시가 빈집을 헐값에 파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일 16시 59분


프랑스 북부 도시 릴 인근 루베시는 1960년대 ‘굴뚝 1000개의 도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섬유산업으로 황금시대를 보냈다. 그러나 대체산업을 찾지 못하면서 산업공동화가 진행됐다. 2014년 조사에선 빈곤율이 43%로 나타나 프랑스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1960년대 11만 명이 넘던 인구는 9만 명대로 떨어지며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가고 있다. 어느새 4000호가 넘는 집이 비면서 ‘유령 도시’라는 오명을 받게 됐다.

고민 끝에 루베시는 올봄부터 ‘1유로 집 판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와 사회기관이 소유한 집 17채를 1채당 단돈 1유로(약 1310원)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기욤 델바 시장은 “비어 있는 집을 채우는 건 도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며 도시를 활기차게 해줄 것”이라며 “우리는 이웃을 원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루베 시는 1일 집 구매 당첨자를 발표했다.

집을 얻는 건 1유로면 되지만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집 소유권을 갖기 위해서는 1년 안에 본인이 투자를 해서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보수비용만 약 4만3000~17만9000 유로(약 5633만~2억3449만 원)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6년 동안 거주해야 하며 그 기간 동안 집을 팔 수 없다. 이런 여러 장벽 탓에 824명이 관심을 표명했으나 3월 실제로 구매서류를 접수한 사람은 74명에 그쳤다.

루베시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건 영국의 리버풀이다. 리버풀 역시 인구감소와 산업공동화로 6000개 이상의 집이 비자 2013년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단돈 1파운드(약 1470원)에 시 소유 집을 넘겨받는 대신 1년 안에 리모델링을 해서 최소 5년 이상 거주하도록 했다. 2013년 처음 빈집 20채를 판 이후 2015년 추가로 실시하는 등 지금까지 약 100가구의 집이 새 주인을 찾았다. 제도 도입 5년이 지난 올해부터는 집을 팔 수 있다.

올해 2월 영국의 채널4는 이들이 실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추적 조사를 해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이라 처음에는 낡은 배관시설과 전기시설을 보수하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훨씬 저렴하게 자기 집이 생겼고, 또 빈 집이 채워지고 동네 정비도 이뤄지면서 동네에 활기가 생겨났다. 2016년 1파운드에 빈집을 산 대학생 빅토리아 브레넌은 부모에게 돈을 빌려 3만8000파운드(약 5586만 원)를 들여 집을 개조했다. 개조 이후 이 집은 최소 7만 파운드(약 1억290만 원)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적은 돈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어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해발 900m 위에 위치한 올로라이시는 지난 50년 동안 인구가 2250여 명에서 1300여 명으로 줄어들자 버려진 석조 주택 200여 채를 1채 당 1유로에 살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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