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튀듯’ 이상한 소리에 뇌손상… 中광저우 美영사관원에 음파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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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피해 직원 잇달아 귀국조치… 2년전 쿠바 주재원도 같은 증상
中 연루 드러나면 갈등 격화 가능성

중국 광저우(廣州)의 미국총영사관 직원 마크 렌지 씨와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걸 느꼈다. 구슬이 마루에 부딪혀 튀기고는 잡음을 내며 굴러가는 소리 같기도 한 이 소음은 렌지 씨 부부는 물론이고 세 살짜리 아들까지 괴롭혔다.

부부는 신경을 건드리는, 이 알 수 없는 소음에 대해 이웃에게 물어봤지만 그 이웃도 모른다고 했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한 달 뒤 부부는 극심한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미국총영사관의 의사가 진통제와 수면제를 처방해줬지만 효과가 없었다. 지난달 렌지 씨 부부는 이웃인 영사관 직원이 소음으로 인해 자신들과 같은 증상을 겪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희미하고 불분명하지만 이상한 소리 때문에 이 직원이 가벼운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TY)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렌지 씨 부부 등 피해 사례 2건이 확인됐고 이들은 6일 밤 미국으로 돌아갔다. 앞서 지난달 귀국한 영사관 직원까지 합치면 3건의 피해가 확인된 것이다. 미 국무부는 광저우에 의료팀을 급파해 영사관 직원 170여 명을 대상으로 피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영사관 직원을 타깃으로 한 음파 공격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독성 물질을 이용한 공격, 감시 장치에서 발생한 소음, 박테리아 중독 가능성 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 “증상의 정확한 성격이 무엇인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남중국해, 대만, 무역 문제 등에서 전방위로 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충돌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관련 부처가 조사했지만 원인, 단서 및 어떤 조직과 개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광저우 총영사관 직원들이 증언한 소음과 이로 인한 증상은 2016년 주쿠바 미국대사관에서 발생한 음파 공격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사관 직원들은 지속적인 음파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으며 이로 인해 어지러움, 두통, 이명, 시각 및 청각 저하,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가벼운 뇌손상” 판정을 받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쿠바대사관 직원 대부분인 24명을 철수시키고, 보복성 조치로 미국 내 쿠바 외교관 17명을 추방했다. 쿠바 정부는 관련성을 부인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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