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는 지연전술 의심말라’ 메시지… 풍계리 폐쇄도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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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협상]‘2020년까지 핵사찰 완료’ 합의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포함한 미국의 비핵화 검증 강화 요구를 큰 틀에서 수용하기로 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비공개 실무접촉 단계에서부터 핵시설과 핵무기 폐기에 대한 검증 강화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최대한 시간을 벌어 협상 우위를 점하는 북한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 아니라 비핵화와 북-미 수교 등 체제 보장을 맞교환하는 일괄 타결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에 사전 신뢰 조치로 내놓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준비에 들어가는 등 비핵화 의지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특별사찰 카드로 ‘속전속결’ 압박하는 트럼프

3일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절차를 신속하게 완료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핵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폼페이오에게 신속한 비핵화와 이를 위한 검증 강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열려 있고 훌륭하다”고 평가한 것은 이 회동 결과를 보고받은 뒤였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 합의의 대원칙이 접점을 찾았지만 북-미 간 실무접촉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자는 “미국에선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고 일단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 당일 도보다리 대화 등을 통해 트럼프와의 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사찰·검증 수용 방침 등을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에게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한 정부 핵심 당국자는 “핵무기 없는 북한으로 가려면 사찰·검증 조치 없이는 상식적이라 할 수 없다. 김 위원장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특별사찰을 요구하며 속전속결식 비핵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에 합의하고도 이행 과정에서 지연전술을 펴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 특히 지하 핵시설만 1만 곳이 산재한 북한은 검증하기에 난관이 많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사찰에 더해 향후 북한의 핵기술 인력 추적 관리 등 추가 요구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핵동결 부각하며 북-미 수교 보장받으려는 北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조율과 동시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에 공개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BS방송은 2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에서 전선(電線)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이는 핵실험장 갱도 폐쇄를 위한 첫 조치”라고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도 3일 관련 보도에 대해 “풍계리 지역을 한미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전선 철거 등 동향이 실제로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핵실험장 폐쇄를 대대적으로 공개해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의지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인 것.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갱도 내 전선 철거는 핵실험 중단 의지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달 중 방북할 한미) 전문가들이 핵실험과 관련해 유의미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전 증거인멸 작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리비아식 모델을 고수하며 북한의 선(先)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와 북-미 수교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워싱턴-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사전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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