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알피에게 천사의 날개가 돋았다”… 연명치료 논란 英아기 끝내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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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치료지속 요구 법원서 기각… 인공호흡기 뗀지 5일만에 하늘로
교황 “애통… 하느님이 안아줄 것”


법원 판결로 연명치료를 중단한 영국의 희귀불치병 아기 알피 에번스가 생명유지 장치 제거 5일 만에 결국 숨졌다. 알피의 부모가 연명치료 중단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 왔지만 물거품이 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퇴행성신경질환을 앓던 23개월 된 아기 알피는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한 지 5일 만인 28일(현지 시간) 병원에서 숨졌다. 이 희소병으로 알피는 2016년 12월 영국 리버풀의 올더헤이 아동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은 알피가 회생 가능성이 없어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라며 지난해 11월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알피의 부모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부모의 권리를 빼앗은 것과 다름없다”며 병원을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 원칙에 근거해 법원은 번번이 이들의 요청을 기각했다. 해당 아동에게 더 이익이 되는 선택지가 있을 때는 친권 대신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알피의 아버지 토머스 에번스(21)는 18일 바티칸으로 건너가 교황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직 하느님만이 생명을 주관할 수 있다”며 알피가 교황청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로마의 아동전문병원인 제수 밤비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이에 발맞춰 23일 알피에게 시민권을 발급했다. 연명치료 중단 위기에 처한 알피가 다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알피는 23일 결국 생명유지 장치를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 영국 법원이 사법 관할권은 영국에 있다며 알피의 이송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막아 달라고 알피의 부모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기한 소송도 전날 기각됐다. 이날부터 알피는 생명유지 장치 없이 자가 호흡에 기대 혼자만의 싸움을 벌이다 5일 만에 숨을 거뒀다.

알피의 부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피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에번스는 “나의 검투사가 방패를 내리고 날개를 얻었다. 가슴이 아프다. 아들아 사랑한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9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좋아요’ 버튼을 눌러 애도를 표했다. 엄마 케이트 제임스(20)는 “오늘 오전 2시 30분에 우리 아기에게 (천사의)날개가 돋아났다. 가슴이 찢어진다.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글을 남겼다. 제임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여 장에 달하는 알피의 사진을 업로드하며 알피의 치료 기간을 견뎠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알피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뒤 자신의 트위터에 “꼬마 알피가 숨을 거둬 가슴이 아프다. 하느님이 따뜻한 품으로 알피를 안아줄 것”이라고 적었다. 영국 시민들도 알피의 사망 소식에 함께 슬픔을 나눴다. 28일 올더헤이 병원 옆 스프링필드 공원에는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하늘에 풍선을 띄웠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연명치료#희귀불치병 아기#알피 에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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