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보다 400배 매운 고추 먹고 응급실행…심하면 뇌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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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10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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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채널 ‘Great Big Story’
사진=유튜브 채널 ‘Great Big Story’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를 먹은 남자가 극심한 두통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사례가 최근 발표된 학술지를 통해 공개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CNN은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서’(BMJ Case Reports) 최근호에 실린 34세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남성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매운 고추 먹기’ 시합에서 캐롤라이나 리퍼를 먹은 뒤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두통은 며칠동안 지속됐고 결국 남성은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디트로이트 헨리포드 병원 쿨로툰간 구나세카란(Kulothungan Gunasekaran) 박사는 “환자가 고추를 먹은 뒤 곧바로 머리 뒤쪽에서 극심한 두통을 느꼈고, 2초 만에 두통이 머리 전체로 퍼져나갔다”며 “환자가 두통을 견디지 못해 응급실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수는 이 남성 치료에는 관여하지 않고, 해당 사례 연구만 주도 했다.

의료진이 남성의 뇌혈관을 컴퓨터 단층촬영(CT)한 결과 4개의 뇌혈관이 수축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구나세카란 박사는 남성의 두통을 ‘가역성 대뇌혈관증후군(RCVS)’인 것으로 진단했다. RCVS는 순간적인 뇌혈관 수축과 팽창으로 극심한 두통을 일으키고, 심하면 뇌출혈 뇌경색 뇌부종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RCVS가 발생한 이유는 ‘매운 고추 먹기’ 시합에서 먹었던 캐롤라이나 리퍼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 캐롤라이나 리퍼의 캡사이신 성분 때문에 혈관이 수축해 RCVS로 이어졌다는 것.

구나세카란 박사는 “고추가 RCVS로 이어진 첫 번째 사례”라며 “고추의 주요 성분인 캡사이신은 혈관을 수축하거나 팽창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심장이나 뇌와 같은 중요한 기관의 혈관을 좁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나세카란 박사는 캡사이신이 다량 함유된 매운 고추를 먹는 것이 RCVS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사례의 남성의 경우 증상이 호전돼 며칠 내로 퇴원할 수 있었다. 구나세카란 박사는 “일반적으로 RCVS은 며칠 또는 몇 주 내로 회복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캐롤라이나 리퍼는 지난 2013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등재됐다. 캡사이신의 농도에 따라 매움의 정도를 표시하는 스코빌 지수(SHU)가 156만9300~220만 SHU에 달한다. 한국의 청양고추는 4000~1만 SHU로 알려져 있다. 청양고추보다 약 400배 매운 셈이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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