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시정연설서 3색 플레이…한국 ‘홀대’ 中엔 ‘손짓’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2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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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홀대 - ‘전략이익 공유 가장 중요한 이웃’ 삭제
中엔 손짓 - “시진핑 초청… 中日 교육 비약적 강화”
개헌 발톱 - 전쟁 가능 국가 위한 개헌 의지 확인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관계 심화”
한국 관련 언급 눈에 띄게 적어
위안부 추가 요구 따른 반감 드러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국회 새해 시정연설에서 개헌에 대한 의욕을 재차 강하게 드러냈다. 북한의 위협을 핑계삼아 군사대국화 의지를 노골화하기도 했다. 외교분야에서는 미일동맹과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선긋기를 하려는 의도를 뚜렷이 나타냈다. 특히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종전 표현을 삭제하는 등 한국의 위안부 검증 태스크포스(TF) 활동 및 추가 조치 요구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의 시작과 끝을 150년 전 메이지(明治) 유신으로 장식했다. 자신의 숙원인 개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메이지 시대 위인들의 업적을 열거한 뒤 “국가의 형태와 이상의 모습을 말하는 것은 헌법”이라며 “50년, 100년 앞의 미래를 응시하는 국가 만들기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개혁’과 ‘혁명’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며 메이지유신과 개헌을 연결시키는데 힘을 쏟기도 했다.

이어 “각 당이 헌법의 구체적인 안을 국회에 가져와서 헌법심사회에서 논의를 심화해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정당에 개헌 논의의 장으로 나올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3월로 예정된 여당 자민당의 개헌안 국회 제출과 함께 개헌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방위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엄중함이 증가하는 안보 환경의 현실을 직시해 국방의 위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보 정책의 근간은 스스로 행하는 노력”이라고 강조하면서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와 스탠드 오프(stadn-off) 미사일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탠드 오프 미사일은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뜻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시정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사용해온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을 올해는 생략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만 언급했다. 과거 사용했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4년째 쓰지 않았다. 이같은 수식어를 모두 들어내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대통령 이름을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다. 와중에 ‘국제약속’을 강조해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일본 언론은 “(시정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골이 깊어진 양국간 관계 개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올해는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으로, 경제 문화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차원에서 양국민의 교류를 비약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조기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해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일본에서 맞이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가 적절한 시기에 방중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일본을 방문하게 하겠다”며 “고위급 사이 왕래를 깊게 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관계 정상화 의지를 다졌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의 축은 지금까지도, 지금부터도 미·일 동맹”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신뢰관계 아래 세계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함께 대처하겠다”며 동맹 강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특히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회담 후 미국과 공동 전략으로 내세운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Indo-Pacific)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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