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모 스타 “후배 폭행사건 책임 통감” 은퇴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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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등급인 ‘요코즈나’ 하루마후지, 같은 몽골 출신 후배와 술 마시다
“예의 없다” 때려 두개골 파열등 파문… 협회 “큰 손실이나 폭력 용인 안돼”

후배 폭행사건에 관여한 일본 스모(相撲·일본식 씨름) 스타 요코즈나(橫網)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은퇴를 선언하자 30일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스모는 일본의 국기(國技)인 데다 요코즈나는 스모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장사로 일본 내에 4명밖에 없었다. 장본인인 하루마후지(日馬富士·33·사진)는 전날 일본스모협회에 은퇴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요코즈나로서 책임을 느꼈다”며 “지지해준 분들께 마음으로부터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일본에서는 스모의 최고위직인 요코즈나에게 공인으로서 엄격한 품격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이래 일본 언론은 연일 들끓었다.

하루마후지는 10월 26일 돗토리(鳥取)현에서 역시 몽골 출신인 하쿠호(白鵬·32), 다카노이와(貴ノ巖·27) 등 10여 명과 술을 마시다가 다카노이와에게 “예의가 없다” “선배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며 손바닥과 주먹으로 때리고 리모컨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노이와는 골절과 두개골 파열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그의 스승 다카노 하나(貴ノ花)가 하루마후지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루마후지는 지난달 14일부터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공개 사과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16세 때 일본 스모에 데뷔해 2012년 처음으로 요코즈나에 오른 그가 이날 결국 은퇴를 선언하자 주변에서는 “17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모계의 스승 격인 ‘오야카타(親方)’로 남기 위해 일본 귀화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게 됐다.

스모협회 관계자는 그의 은퇴에 대해 “매우 큰 손실로 유감”이라면서도 “폭력을 긍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몽골 출신들 사이에서는 별일 아닌 후배 얼차려를 일본인들의 시각으로 문제 삼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루마후지는 은퇴 기자회견에서도 자세한 경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사건 다음 날 다카노이와가 나에게 사과하러 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3명의 요코즈나는 2명이 몽골인, 1명이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스모 선수가 불상사로 은퇴한 것은 2010년 2월 당시 최강자였던 요코즈나 아사쇼류(朝靑龍)가 지인을 폭행한 사건 이후 처음이다. 2007년에는 선배들의 폭행에 소년 선수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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