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관료주의에 발목… 분담금 공평 부담해야”

  • 동아일보

트럼프, 유엔 데뷔무대서 개혁 주장

“정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ABC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제72차 유엔총회 유엔 개혁 관련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최근 유엔은 관료주의와 잘못된 관리로 인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과도한 분담금 부담을 지고 있는 점에 불만을 나타내며 “어떤 유엔 회원국도 재정적으로 불균형한 부담을 짊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0년과 비교했을 때 유엔의 예산은 140%, 직원은 2배가 늘었다”며 비효율적인 운영도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이 내는 분담금은 압도적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평화유지군 예산 73억 달러(약 8조2490억 원)의 28.5%, 운영비용 54억 달러(약 6조1020억 원)의 22%를 혼자 부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미국의 유엔 분담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올해 평화유지군 분담금을 6억 달러(약 6780억 달러) 삭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일부 변형해 “유엔을 위대하게 만들자(Make the United Nations great)”고 말한 것도 화제가 됐다. 특히 ‘다시(again)’란 표현을 뺀 것을 놓고는 ‘유엔은 한 번도 위대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과거에 비해 절제된 발언을 했다는 평가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이후 유엔을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사교클럽’으로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유엔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으나 이날은 “우리가 같이 노력하면 유엔은 세계 평화와 화합을 위한 더 강하고 효과적이며, 정당하고 위대한 조직이 될 것”이라고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 내 관료주의를 비판하며 유엔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날 유엔 개혁 관련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구테흐스 총장은 “최근 어떤 인사가 내게 무엇이 잠을 방해하느냐고 물었는데 내 대답은 간단하다. 관료주의와 파편화된 조직, 복잡한 절차, 끝없는 관료적 형식주의가 그것”이라고 자문자답했다. 그러면서 “21세기의 유엔은 절차보다는 사람에게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우리는 봉사하기 위해 여기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유엔은 빠르고 효과적이고,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유엔#분담금#트럼프#개혁#미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