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트럼프에게 “이 변태야, 제 자리로 돌아가!”라고 욕할 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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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TV토론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변태(creep)야, 제 자리로 돌아가”라고 욕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클린턴은 다음 달 12일 출간되는 회고록 ‘무슨 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d)’를 홍보하기 위해 23일(현지 시간) MSNBC방송의 ‘모닝 조’ 프로그램에 출연해 회고록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클린턴은 특히 지난해 10월 9일 2차 TV토론 때 트럼프에게서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당시는 불과 이틀 전 “스타가 되면 여성 성기도 움켜쥘 수 있다”고 트럼프의 과거 발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트럼프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클린턴은 자유롭게 무대를 돌아다니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TV토론 중 트럼프가 자신의 뒤에 바짝 붙은 뒤 “문자 그대로 내 목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피부 신경이 곤두설 만큼 소름이 돋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리는 좁은 무대에 함께 섰고, 내가 어디를 걸어가든 트럼프는 나에게 바짝 붙어 다니며 나를 응시했다”고 회상했다.

클린턴은 “조용히 웃으며 있을까, 아니면 돌아서서 ‘이 변태야 나에게 떨어져. 네가 여성들을 겁주길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나한테는 그럴 수 없다. 그러니 꺼져’라고 소리칠까 갈등했다”고 솔직하게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청중들에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묻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다. 나를 경멸하고 힘들게 한 남성들을 평생 상대해온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후자를 택했다면 분명 더 굉장한 TV(쇼)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토론에서 클린턴은 토론에서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취록을 집중 공격했고,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꺼내 들었다. 두 후보 간 토론을 지켜본 미 언론은 역사상 가장 추잡한 싸움이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이 고백한대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까지 내뱉었다면 미국 정치의 품격이 더 추락할 뻔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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