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聖地 다툼’ 유혈사태로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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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왕 성전 있던 템플마운트, 무슬림에게도 3대 성지 중 하나
이스라엘, 금속탐지기 설치로 갈등
팔 시위대와 충돌… 4명 숨져
팔 남성, 이스라엘 3명 보복 살해

구약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삭을 신에게 바치려던 곳.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지혜로웠다는 솔로몬 왕의 성전이 있던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도들의 공동의 성지(聖地)가 최근 또다시 피로 얼룩졌다.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의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샤리프)’에 대한 보안 강화를 위해 금속탐지기를 설치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성지 주권 다툼이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스라엘은 23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대체할 첨단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팔레스타인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14일 아랍계 남성 3명이 템플마운트에서 벌인 총기 테러로 이스라엘 경찰 2명이 숨지자 이틀간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16일부터는 템플마운트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50세 미만 팔레스타인 남성들의 출입을 막았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성지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위대가 21일 무슬림의 합동 예배일에 이스라엘 병력과 충돌해 4명이 숨지고 최소 400여 명이 다쳤다. 유혈사태 몇 시간 후에는 19세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 민간인 3명을 살해하는 보복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서 23일 “양측에 절제와 대화를 절박하게 호소한다”며 당사자들이 화해와 평화에 나서줄 것을 기도했지만 타협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는 가구를 배달하던 요르단인 2명이 대사관 경비요원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4일 비공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스웨덴과 프랑스, 이집트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지만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성지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승리로 동예루살렘을 점령했지만 템플마운트의 알 아끄사 모스크의 관리 권한은 독립적인 이슬람 재단에 넘겼다. 간접 통제권을 팔레스타인에 넘긴 것이다. 무슬림들은 이곳을 ‘하람 알샤리프(신성한 안식처)’로 부르며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지 중의 하나로 여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향후 동예루살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수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템플마운트를 둘러싼 성벽인 ‘통곡의 벽’이 유대교 최고의 성지다. 솔로몬의 성전을 재건하려는 이스라엘의 강경파들은 2000년 이후 템플마운트의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5년에도 알 아끄사 모스크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문제로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빚었다.

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타인#템플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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