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마크롱 일당독재 우려”… 의석 싹쓸이에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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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마크롱 신당 권력집중 견제 목소리


“트위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김정마크롱’(김정은+마크롱)으로 불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중도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18일로 예정된 총선 결선투표에서 80% 수준에 이르는 의석을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되자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고 있다. 마크롱과 그의 신생 정당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마크롱이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에 비유되기도 한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이 14일 보도했다.

특히 32%의 득표로 최대 78%의 의석을 가져가는 프랑스 선거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앙마르슈는 11일 총선 1차 투표 당시 577개 지역구에서 전체의 32%를 득표했지만 상위 2명이 맞붙는 18일 총선 결선투표에서 좌우 중도표를 흡수해 최다 455석의 당선자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극우 국민전선(FN)과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전국에서 각각 10% 넘게 득표하고 각 지역에서 1위 후보도 많지만 상위 2명이 맞붙는 결선투표에선 10석 안팎(전체 1∼2%)의 당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꺼리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표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총선 1차 투표의 투표율이 헌정사상 1958년 이후 최저 수준(48.7%)을 기록하자 간접민주정치와 대의정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투표 직후 “현 투표 체계는 거대 정당에만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투표율이 재앙 수준으로 낮았다며 “수백만 애국 시민을 투표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한국의 선거제도(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에 맞춰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를 환산해본 결과 앙마르슈는 411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 득표율이 감안되다보니 실제 예상 의석수보다 줄어든 것이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정당은 FN이다. FN은 전국 20개 지역구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13.2%의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14석이 가능해 총 31석을 가져갈 수 있다.

1986년 프랑스는 단 한 번 비례대표제로 의원을 뽑은 적이 있다. 당시 FN은 35석이나 차지해 역대 최다 의석을 얻기도 했다. 만약 비례대표제로만 전체 의원을 뽑는다면 앙마르슈 의석수는 186석으로 확 줄어든다. 그 대신 공화당은 124석, FN은 85석, 극좌연대는 84석이나 차지한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가 국민 정서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어 의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거리로 많은 사람들이 뛰쳐나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대체인 사회주의전선(FS)은 총선 결선투표 하루 뒤인 19일 파리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은 집권당인 앙마르슈의 총선 압승이 현실화하자 즉각 노동개혁에 저항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3일 “국회에서 어느 정도의 비례대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비례대표 의석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 총선#마크롱#일당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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