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총선패배, 대형화재… 줄잇는 악재에 울고싶은 메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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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민심에 리더십 휘청


영국 런던 고층 아파트 화재는 안 그래도 휘청거리던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혔다. 8일 총선에서 보수당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은 그는 최근 석 달간 3번이나 터진 테러에 이어 대형 화재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관철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총선 실패로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던 메이 총리의 계획은 벌써 금이 갔다. 영국 BBC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보수당과 민주연합당(DUP) 간 협상이 이번 화재 사고로 중단됐다고 14일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메이 총리와 알린 포스터 DUP 대표가 이날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 실패했다. DUP 관계자는 “타결에 접근했지만 대형 화재로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연립정부를 구성해 브렉시트를 추진하려던 메이 총리의 구상이 어그러지며 19일 시작될 영국 정부와 EU 간 브렉시트 협상도 1주일가량 늦춰질 것이라고 BBC는 전망했다.

정치권은 두 당의 동거를 비판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존 메이어 전 총리가 메이 총리와 DUP 간의 거래가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깨기 쉽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메이 총리는 연립정부를 구성해 이민자를 독자적으로 차단하고 EU 단일시장에서 철수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13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그는 “브렉시트 협상 일정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예정대로 다음 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메이 총리를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EU 잔류를 향한 문은 영국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메이 총리는 ‘철벽’을 친 형국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첫 협상에서 ‘영국과 EU의 새로운 무역협정이 합의되지 않아도 EU 탈퇴를 강행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이번 주 들어 브렉시트 관련 부서를 전면 개편해 장관 4명 중 2명을 내보냈다고 13일 보도했다. 공석 중 한 자리는 보수당의 강력한 브렉시트 지지자 스티브 베이커 유럽리서치그룹 지도자가 꿰찼다. 이번에 브렉시트 관련 부서를 떠난 한 관료는 “브렉시트 부서와 다우닝가(총리 집무실) 간의 협의가 너무 부족하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FT는 전했다.

정치권의 반발이 적지 않다. FT에 따르면 당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제안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도 13일 폴란드 기업 콘퍼런스에서 “(브렉시트에 관해) 말할 자격이 생겼다. 더 유연한(softer) 브렉시트를 추진하라는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에서조차 메이 총리 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 진행자 마크 마델은 12일 ‘(다우닝) 10번가의 수감자 테리사 메이’란 칼럼에서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메이 총리가 앞으로 얼마나 총리직을 붙들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CNN은 위기 속 메이 총리를 ‘걸어 다니는 죽은 여성(Dead woman walking)’이라고 묘사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주로 이민자들이 모여 살아 브렉시트 추진으로 얼어붙은 영국 내 이민자들의 민심이 싸늘하게 식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영국 런던#메이#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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