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해커들이 e메일 해킹 등을 통해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애국심에 불탄 민간 해커들이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은 인정한 것으로 자신과 러시아가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는 그동안의 자세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내외 통신사 관계자와의 회동에서 “애국심이 충만한 사람이라면, 러시아에 적대적인 사람들과 싸우는 방식으로 (국가에) 공헌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1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푸틴은 해커들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애국자’들이라 묘사했다.
푸틴의 발언은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에 러시아 정부가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푸틴은 여전히 “국가가 개입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자신과 정부의 개입설을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해외에 컴퓨터 해킹으로 영향을 미친 과거 사례를 보면 민간과 국가의 역할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이버 전(戰)이 이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하는 세력은 표면적으론 러시아 출신의 민간단체인 듯 보이나, 그 배후에는 국가가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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