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화학무기 공격 미리 알았다”… ‘시리아와 공범’ 지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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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러-시리아 같은 기지서 작전”… 美 정부는 공식언급 않고 신중
“공습이후 對시리아 정책 불분명”… 일각선 트럼프 정부 비판 목소리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11일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러시아가 알고도 막지 않았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추동력은 점점 떨어지는 분위기다.

익명의 미국 정부 소식통은 10일 AP통신에 “미국은 러시아가 이달 4일 시리아 북부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공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보도대로라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단순히 방조한 게 아니라 협력한 공범자가 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4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에 공격당한 희생자들이 치료를 받으려고 몰려들었던 병원에 러시아의 정찰무인항공기가 날아다녔고 그 무인기가 병원을 떠난 몇 시간 뒤 러시아산 전투기가 그 병원을 폭격했다는 것. 그는 “이 병원을 향한 폭격은 화학무기 사용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르비아를 방문 중인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애리조나)도 이날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러시아와 시리아가 정확히 같은 기지에서 작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화학무기에 관해 알고 있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정보기관마다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의 사전 인지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추가 공습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군이 추가로 화학무기를 쓰거나 ‘통폭탄(barrel bomb)’을 투하할 경우 미국은 다시 공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폭탄은 통에 화약을 채운 원시적인 폭탄으로 가격이 저렴한 대신 정확도가 떨어져 투하 지점 근처에 있는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준다.

시리아 공습 이후 좌표 없이 떠도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시리아 정책에 대해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들리는데 정작 트럼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참모 중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중동 정책의 우선순위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축출을 말하고 있지만 틸러슨 장관은 여전히 이슬람국가(IS) 격퇴를 꼽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공습 목적이 일회성 경고 차원인지, 아사드 축출까지 내다본 군사행동인지, 기존의 고립주의를 탈피하는 대외 정책의 기조 변화인지를 놓고 해석만 분분하다.

이 와중에 틸러슨 장관은 11일 러시아 방문 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공통된 안을 도출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했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이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러시아를 고립시키거나 코너로 모는 것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반대에 부닥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파노 장관은 “유일한 해법은 군사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시리아#러시아#미국#화학무기#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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