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주의부터 무정부주의까지… 佛대선 각양각색 11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후보 전원 참석해 4시간 TV토론
1인당 발언시간 17분 그쳤지만… 이념-경력 다채로운 후보들 총출동
해고금지-기업 국영화-프렉시트 등… 佛정치 특유의 다양성 보여줘


4일 프랑스 전역에 방송된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 나선 후보는 모두 11명이었다. 40세부터 76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후보들은 밤 12시를 넘기면서까지 4시간 가까이 치열하게 토론했다.

1인당 평균 발언 시간은 17분에 그쳤다. 유력 후보 5명이 참가한 지난달 1차 TV토론에 비해 토론의 밀도는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념과 경력이 각양각색인 후보 11명의 토론은 프랑스 특유의 다양성과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채로운 공약으로 국민 선택 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무정부주의자인 필리프 푸투 반자본주의신당 대표의 공약은 대통령 선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토론장에 양복 대신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나온 그는 포드 공장에서 부당 해고에 맞서 이긴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 해고 금지, 매달 1700유로(약 205만 원) 최저임금제 도입이 그의 공약이다.

11명의 대선 후보 중 여성 후보는 두 명이다.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와 가장 대척점에 또 한 명의 여성 후보 나탈리 아르토가 있다. 노동자투쟁당 후보인 그는 스스로를 ‘유일한 공산주의 후보’라고 지칭하며 러시아 혁명을 지향한다. 그는 푸투와 비슷하게 해고 금지, 연금이든 월급이든 평생 최저임금제 매달 1800유로 공약을 내걸었다. 다만 무정부주의자인 푸투와 달리 공장 은행 등 생산 주요 수단의 국영화를 공약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의 새로운 특징은 좌우 이념 성향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 대한 반감과 호감으로 뚜렷하게 나눠진다는 점이다. 10%가 넘는 실업률과 유럽 주도권에서 독일에 밀리는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한 프랑스를 표방했던 샤를 드골 초대 대통령이 각광받고 있다. 드골주의를 이어받은 후보들은 자연스레 EU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들은 르펜 후보와 비슷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마지막 드골주의자를 자처하는 니콜라 뒤퐁에냥 공화국세우기당 후보는 프랑스의 국경, 예산, 법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EU와 재협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프랑스어 교육을 강화하고 아프리카와 지중해 국가에 프랑스식 마셜 플랜을 펼쳐 세계에 프랑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5년 동안 군인 5만 명을 증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해 자립 군대를 만들며 외국인 이민은 적극 제한한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프랑수아 아슬리노 대중공화연맹당 후보 역시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가 공약이다. EU에 내는 분담금을 줄여서 프랑스 국민들의 부가가치세를 줄이고, 6만 채의 집을 지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나토 탈퇴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해 3위까지 치솟은 좌파당 장뤼크 멜랑숑 후보와 같은 좌파 계열의 사회당 브누아 아몽 후보도 가장 갈리는 부분 중 하나가 EU에 대한 입장이다. 멜랑숑 후보는 EU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 외 피레네 지역에서 30년 넘게 지역 의원을 지낸 장 라살 저항당 후보는 지방의 권익을 최대 구호로 걸고 나왔다. 30억 유로의 세금을 지방에 내려보내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왔다.

이들은 군소 후보로 불리지만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2002년 대선에서 군소 좌파후보들이 인기를 얻어 표가 분산되면서 정작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1차 선거에서 떨어지고 장마리 르펜 FN 후보가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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