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악순환… 흔들리는 이스라엘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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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관저서 경찰조사 받아 전현직 총리 3명 비리 연루
CNN “지도층 도덕불감증이 경제성장-정치안정 기반 흔들어”

 한국 정부가 수립되던 해인 1948년 건국했고 경제·안보 여건이 유사한 이스라엘이 잇따른 국가 최고지도자의 부정부패에서도 한국과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이뤘지만 최고지도자들의 도덕성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일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20년간 총리를 지낸 인사 4명 중 3명이 뇌물수수, 사기, 배임 같은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이다.

 현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사업가들에게서 고급 양복과 가족 해외여행 비용 등을 받은 혐의로 최근 관저에서 이스라엘 경찰 반(反)부패수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고가 선물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사업적 이익을 얻기 위한 선물로 판단하고 계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네타냐후 직전 총리를 지낸 에후드 올메르트(2006년 4월∼2009년 3월 재임)는 총리가 되기 전 저지른 비리로 현재 교도소에 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예루살렘 시장(1993∼2003년) 시절 주택 개발업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9개월을 선고받았다.

 고(故) 아리엘 샤론 전 총리(2001년 3월∼2006년 4월 재임)는 외교장관(1998년 10월∼1999년 6월) 시절 그리스 섬 휴양지 개발사업을 벌이던 부동산업자 다비드 아펠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2004년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샤론 전 총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지율은 추락했고, 2006년 1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CNN은 총리 외에도 국회의원, 시장, 장관급 공무원 등 이스라엘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경찰 내 반부패수사팀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 등 고위 공직자들의 잦은 부정부패가 이스라엘 사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이스라엘은 1990년대 초 소련 붕괴를 계기로 다른 지역 유대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통적 장점으로 꼽혀온 사회 공동체 의식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전·현직 총리들의 부정부패 연루는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키우고, 결속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네타냐후#이스라엘#도덕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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