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CIA 포함 정보기관 구조조정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측 “정치기구 변질… 축소해야”… 일각 “러 대선개입 수사 보복”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 정보기관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는 익명의 트럼프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측이 “정보기관들이 완전히 정치기구화됐으며 규모가 축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물론 중앙정보국(CIA)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민주당 관계자 e메일을 해킹한 뒤 이를 인터넷에 폭로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CIA와 ODNI 등 정보 당국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반박해 왔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린 정보기관을 ‘정치화’됐다고 비판하며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정치보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초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트럼프를 도우려 했다고 CIA가 결론지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첫 보도가 나온 뒤 미 정보 당국을 연일 비난하며 러시아를 두둔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31일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 연말파티에서도 “(러시아가) 아닐 수도 있다. 모르는 상태에서 (비난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는 “(이라크전) 대량살상무기 건을 봐라. 그들(정보 당국)은 완전히 틀렸다”는 비난도 덧붙였다.

 4일엔 문제의 e메일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인용해 “14세도 해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어산지는) 러시아가 그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트위터에 적어 또다시 러시아를 두둔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나라면 기밀을 누설해 우리 군인을 위험에 빠뜨린 인물(어산지)이 아닌 미국을 지키겠다고 서약한 정보기관을 믿겠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트럼프 측근으로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내정자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둘 모두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라는 정보 당국의 결론은) 트럼프의 승리를 비하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측이 “부풀려졌다”고 비판한 ODNI는 규모 축소가 예상된다. CIA는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본부 인력이 감축되고 현장 요원이 증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존 브레넌 CIA 국장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 그리고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6일 트럼프를 만나 러시아 해킹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정치보복#cia#구조조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